[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11] 있음은 이로움이 되고 없음은 쓰임이 된다 / 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三十輻, 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삼십폭 공일곡 당기무 유차지용) 30개나 되는 바퀴살이(三十輻), 바퀴통 1개로 향하는데(共一轂), 마땅히(當) 그 비었음에(其無), 수레의 쓰임이 있다(有車之用). 轂所以能統三十輻者, 無也, 以其無能受物之故, 故能以實統衆也. 곡은(轂) 30개의 바퀴살을 거느리는 것은(所以能統三十輻者), 비었기 때문이고(無也), 그 비었음이(以其無) 만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이니(能受物之故), 그러므로(故) 실제로(實) 여럿을 통합할 수 있다(能以統衆也).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착호유이위실 당기무 유실지용)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흙을 개어서(埏埴以) 그릇을 만드는데(爲器), 마..
2024. 2. 29.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10] 만물을 낳았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 생이불유(生而不有)
載營魄抱一, 能無離乎?(재영백포일 능무리호) 혼백을 싣고서(載營魄) 하나로 껴안아(抱一), 떠나지 않을 수 있는가(能無離乎)? * 載營魄: 일반적으로 영백을 '하늘과 땅'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營'은 '운영한다, 영양을 공급한다'는 뜻으로 몸과 관련된 단어로 해석해야 하므로 이것도 '땅'과 관련된 개념이다. '땅의 형과 기를 한 몸에 싣고'라고 해석한다(김용옥). '혼백'이라고 해석한 것도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지만 '사람'을 주체로 본 것이라고 생각된다(김학묵). 載, 猶處也. 營魄, 人之常居處也, 一人之真也. 言人能處常居之宅, 抱一清神, 能常無離乎, 則萬物自賓矣. 재는(載), 머무름과 같다(猶處也). 영백은(營魄), 사람이(人之) 늘(常) 머무는 곳이다(居處也), 한 사람의 참됨이다(一人之真也..
2024. 2. 28.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9]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라 / 공성신퇴(功成身退)
持而盈之, 不如其已;(지이영지 불여기이) 움켜쥐고서(持而) 채우는 것은(盈之), 그만두는 것만 못하고(不如其已); 持, 謂不失德也. 旣不失其德又盈之, 勢必傾危. 故不如其已者, 謂乃更不如無德無功者也. 지는(持), 덕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謂不失德也). 이미(旣) 그 덕을 잃지 않았는데(不失其德) 또(又) 채우면(盈之), 형세가(勢) 반드시(必) 기울고 위태롭다(傾危). 그러므로(故) 그만두는 것만 못하고(不如其已者), 이에(乃) 다시(更) 덕이 없고 공이 없는 것만 못하다고(不如無德無功者) 말했다(謂也). 揣而梲之, 不可長保.(추이예지 불가장보) 두드려서(揣而) 날카롭게 하는 것은(梲之), 오래 보존할 수 없다(不可長保). 旣揣末令尖, 又銳之令利, 勢必摧衂故不可長保也. 이미(旣) 날을 단련해서(揣末) 뾰..
2024. 2. 27.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8]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 상선약수(上善若水)
上善若水.(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가장 좋은 것은(上善) 물과 같다(若水). 물은(水) 만물을 가장 이롭게 하지만(善利萬物而) 다투지 않고(不爭), 뭇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며(處衆人之所惡), 人惡卑也. 사람들은(人) 낮은 곳을 싫어한다(惡卑也). 故幾於道.(고기어도) 그러므로(故) 도에 가깝다(幾於道). 道無水有, 故曰, 幾也. 도는 무이고(道無) 물은 유이고(水有),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가깝다고 했다(幾也). * 道無 水有: 도는 ‘無’에 해당하고 물은 ‘有’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때 有와 無는 각각 독자적인 어떤 本體를 가리킨다기보다 無는 ‘未形無名之時’, 有는 ‘有形有名之時’로 구분되는데, 도는 형체가 없고 이름이 없지만 물은 이름이 있으..
2024. 2. 27.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5] 자연은 인자하지 않다 / 천지불인(天地不仁)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천지(자연)는 인자하지 않아서(天地不仁, 以) 만물을(萬物) 짚으로 만든 개로 여기고(爲芻狗); * 芻狗(추구): 짚으로 만든 개, 쓸데없이 되어 버린 물건(物件)의 비유(比喩ㆍ譬喩). 天地任自然, 無爲無造, 萬物自相治理, 故不仁也. 仁者必造立施化, 有恩有爲, 造立施化則物失其真, 有恩有爲, 列物不具存, 物不具存, 則不足以備載矣. 천지는(天地) 스스로 그러함에 맡기고(任自然), 하는 것도 없고(無爲) 만드는 것도 없고(無造), 만물이(萬物) 스스로(自) 서로(相) 다스리고(治理), 그러므로(故) 인자하지 않다(不仁也). 인이란(仁者) 반드시(必) 만들어 세우고(造立) 펼쳐서 변화시키는 것이니(施化), 은혜가 있고(有恩) 하는 것이 있고(有爲), 만들어 세우..
2024. 2. 20.
[무문관(無門關) 제 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외롭고 가난한 청세
曹山和尚, 因僧問云, 清稅孤貧, 乞師賑濟. 山云, 稅闍梨. 稅應諾. 山曰, 青原白家酒, 三盞喫了, 猶道 未沾唇. 조산화상이(曹山和尚), 어느 스님이(僧), 청산은(清稅) 외롭고 가난하니(孤貧), 스님께서(師) 도와주기를(賑濟) 바랍니다(乞)라고 물어 말한 것으로 인하여(因問云). 조산이 말하길(山云), 청세 스님(稅闍梨)이라고 했다. 청세가 '네'라고 답했다(稅應諾). 조산이 말하길(山曰) , 청원의(青原) 백씨 집안의 술을(白家酒), 석 잔이나(三盞) 마시고도(喫了), 오히려(猶) 입술도 적시지 않았다고(未沾唇) 말하는가(道)라고 했다. * 闍梨(도리): 제자(弟子)를 가르치고 제자(弟子)의 행위(行爲)를 바르게 지도(指導)하여 그 모범(模範)이 될 수 있는 승려(僧侶), 범어의 음차로 선문에서는 가벼..
2024. 2. 17.
[무문관(無門關) 제9칙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 부처는 부처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興陽讓和尚, 因僧問, 大通智勝佛, 十劫坐道場, 佛法不現前, 不得成佛道時如何. 讓曰, 其問甚諦當. 僧云, 既是坐道場, 為甚麼不得成佛道. 讓曰, 為伊不成佛. 흥양의(興陽) 청양화상이(讓和尚), 어느 승려가(僧), 대통지승불이(大通智勝佛), 십겁 동안(十劫) 도량에 앉았다가(坐道場), 불법이(佛法) 앞에 나타나지 않아서(不現前), 성불할 수 없었다고 하니(不得成佛) 이런 때는(道時) 어떠한가요(如何)르고 물은 것을 따라서(因問). 청양이 말하기를(讓曰), 그 질문이(其問) 매우(甚) 그럴듯하구나(諦當)라고 했다. 승려가 말하길(僧云), 이미(既是) 도량에 앉아 있었다면(坐道場), 어째서(為甚麼) 불도를 이룰 수 없을까요(不得成佛道)라고 했다. 청양이 말하길(讓曰), 그 사람이(伊) 부처를 이루지 않았기(不成佛..
2024.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