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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1]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 가도지도 비상도(可道之道 非其常) 왕필은 무를 상대적인 무와 절대적인 무로 나눠서 보고 있다. 상대적인 무는 상대적인 도이고 사물을 드러나게 하고 효용이 있게 하는 이면이다. 절대적인 무는 절대적인 도이고 몰아일체의 도다. 몰아일체의 도는 분별하려는 지(知)와 하고자 하는 욕(欲)을 제거할 때 도달할 수 있는 무위자연의 경지다. 1.1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도를(道)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可道), 영원한 도가 아니다(非常道). 이름을(名) 이름으로 규정할 수 있으면(可名),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非常名). * 《淮南子》에서 수레바퀴를 깎는 匠人인 윤편은 齊 桓公에게 聖人이 남긴 글[書]은 결국 실질적인 의미[實]는 사라지고 껍데기[糟粕]만 남은 것이고, 道는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다고 .. 2024. 1. 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5] 나비의 꿈이냐 장주의 꿈이냐 / 호접지몽(胡蝶之夢) / 장주지몽(莊周之夢) 흔히 인생의 덧없음을 뜻하는 말로 일장춘몽이나 남가일몽과 같은 뜻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우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야기에서 후회나 회한이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는 장주가 매우 즐거운 꿈을 꾼 것으로 보인다. 깨고 나서도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는 장주와 나비라는 구분이 무의미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와 나비의 구분은 인간이 하는 분별의 세계일 뿐이지 자연이 변화하는 원리에서 보면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해석을 하게 된다. 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예전에(昔者) 장주가(莊周) 꿈에(夢) 나비가 되었는데(爲胡蝶), 경쾌하게 훨훨 나는(栩栩然) 나비였다(胡蝶也). .. 2024. 1. 3.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4] 곁그림자와 진짜 그림자의 말장난 / 망량문경(罔兩問景) 罔兩問景曰: (망량문경왈) 곁그림자가(罔兩) 그림자에게 물어 말하길(問景曰): * 罔兩(망량): 곁그림자. 向秀는 ‘그림자의 그림자[景之景也]’라고 했고 郭象은 ‘그림자 바깥의 엷은 그늘[景外之微陰也]’이라고 했다. * 景(영): 그림자. 景은 影과 통용한다. “曩子行, 今子止; 曩子坐, 今子起. 何其無特操與?” (낭자행 금자지 낭자좌 금자기 하기무특조여) “아까는(曩) 네가 걷고 있었는데(子行), 지금은(今) 네가 멈추었고(子止); 아까는(曩) 네가 앉아 있더니(子坐), 지금은(今) 네가 일어섰구나(子起). 어찌(何) 그리(其) 지조가 없는가(無特操與)?”라고 했다. * 曩(낭): 앞서, 전에 * 何其無特操與: 어찌 그다지도 일정한 지조가 없는가. 特操는 일정한 지조. 景曰: “吾有待而然者耶? 吾所待又.. 2024. 1. 2.
[무문관(無門關) 제1칙 조주무자(趙州無字)]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 구자환유불성야무(狗子還有佛性也無) 趙州和尚, 因僧問, 狗子還有佛性也無. 州云, 無. (조주화상 인승문 구자환유불성야무 주운 무) 조주 화상은(趙州和尚), 어느 스님이 묻기를(僧問), 개에게도(狗子) 또한(還) 불성이 있나요(有佛性也無)라고 했기 때문에(因). 조주가 말하길(州云), 없다(無)라고 했다. * 因僧問, 狗子還有佛性也無 - ' 因'은 원인을 나타내는 접속사이고 ' 僧'이 주어, '問'이 술어 '狗子還有佛性也無'가 목적절이 된다. - '還'은 "그런데도 더욱, 역시"의 뜻으로 “개에게도 역시”란 뜻을 보여주는 부사이다. - ' ~也無'는 그저 "무엇입니까"라는 의문의 어투를 나타내는 문장 끝의 조사다. 어원적으로는 '있는가 또는 없는가'라는 뜻이지만 이 시대에는 단순히 고어의 '~乎(~인가)'처럼 쓰였다. 【無門曰】參禪須透祖師關.. 2024. 1. 1.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3] 옳고 그름은 상대적인 것! 천예로 조화를 이루고 만변을 따라라 / 화지이천예 인지이만연(和之以天倪 因之以曼衍) 旣使我與若辯矣, 若勝我, 我不若勝, 若果是也? 我果非也耶? 我勝若, 若不吾勝, 我果是也? 而果非也耶? 其或是也? 其或非也耶? 其俱是也? 其俱非也耶? 我與若不能相知也. 則人固受其黮闇, 吾誰使正之? 만약(使) 니와 그대가(我與若) 논쟁을 하고 나서(旣辯矣), 그대가(若) 나를 이기고(勝我), 내가(我) 그대를 이기지 못하면(不若勝), 그대가(若) 과연 옳은 것인가(果是也)? 내가(我) 정말(果) 그른 것인가(非也耶)? 내가(我) 그대를 이기고(勝若), 그대가(若) 나를 이기지 못하면(不吾勝), 내가 과연 옳은 것인가(我果是也)? 그대는(而) 참으로 그른 것인가(果非也耶)? * 旣使我與若辯矣: 가령 내가 그대와 논쟁했다면. 使는 가령의 뜻이고, 若은 2인칭이다. 其或是也? 其或非也耶? 其俱是也? 其俱非也耶? .. 2023. 12. 31.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2] 너희는 모두 꿈을 꾸고 있구나 / 구작자문호장오자(瞿鵲子問乎長梧子) 瞿鵲子問乎長梧子曰: (구작자문호장오자왈) 구작자가(瞿鵲子) 장오자에게 물어 말하길(問乎長梧子曰): “吾聞諸夫子: 聖人不從事於務, 不就利, 不違害, 不喜求, 不緣道, 無謂有謂, 有謂無謂, 而游乎塵垢之外.夫子以爲孟浪之言, 而我以爲妙道之行也. 吾子以爲奚若?” “내가(吾) 선생님께 들었는데(聞諸夫子): 성인은(聖人) 세속의 일에 종사하지 않고(不從事於務), 이익으로 나아가지 않고(不就利), 손해를 벗어나려 하지 않고(不違害), 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不喜求), 도에 얽매이지 않고(不緣道), 말이 없지만(無謂) 말이 있고(有謂), 말이 있지만(有謂) 말이 없어서(無謂, 而) 세속의 바깥에서(乎塵垢之外) 노닌다(游). 선생님은(夫子) 이 말을(之言) 허망하다고 여겼지만(以爲孟浪, 而) 나는(我) 오묘한 도를 행.. 2023. 12. 30.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1] 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아는 것인가? / 인의지단 시비지도 분연혼란(仁義之端 是非之塗 樊然淆亂) 왕예는 설결의 질문에 세 번 모두 모르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내가 말하는 안다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지, 내가 말하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로 알지 못하는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덧붙인다. 안다는 것이 무지일지도 모르고 모르다는 것이 오히려 제대로 아는 것일지도 모르다는 왕예의 반문은 우리가 세상을 아는 대로만 보기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齧缺問乎王倪曰: “子知物之所同是乎?” 曰: “吾惡乎知之!” “子知子之所不知耶?” 曰: “吾惡乎知之!” “然則物無知耶?” 曰: “吾惡乎知之! 설결이(齧缺) 왕예에게 물어 말하길(問乎王倪曰): “선생님은(子) 모든 존재가 옳다고 인정되는 것을(物之所同是) 아십니까(知乎)?” 말하기를(曰): “내가(吾) 어찌(惡乎) 그것을 알.. 2023. 12. 29.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0] 덕이 태양보다 밝으면 거리낄 것이 없다 [십일병출 만물개조(十日並出 萬物皆照)] 故昔者堯問於舜曰: “我欲伐宗·膾·胥敖, 南面而不釋然. 其故何也?” (고석자요문어순왈 아욕벌숭회서오 남면이불석연 기고하야) 그러므로(故) 옛날(昔者) 요임금이(堯) 순에게 물어 말하길(問於舜曰): “내가(我) 숭과 회, 서오를 정벌하고 싶은데(欲伐宗膾胥敖), 왕위에 앉아서도(南面而)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不釋然). 그 까닭이 무엇일까(其故何也)?”라고 했다. * 伐宗(숭)膾胥敖: 숭나라와 회나라, 서오족을 정벌함. 宗과 膾는 國名이고 胥敖는 종족명이다. 宗은 崇의 假借字. 그러나 이 세 나라는 모두 가공의 나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釋然(석연): 1. 마음이 환하게 풀림, 2. 미심(未審)쩍었던 것이나 원한(怨恨) 등(等)이 풀림. 舜曰: “夫三子者, 猶存乎蓬艾之間. 若不釋然何哉! 昔者十日並出, 萬物.. 2023. 12. 27.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9] 잘잘못을 따지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변야자 유불견야(辯也者 有不見也)] 夫道未始有封, 言未始有常, 爲是而有畛也. (부도미시유봉 언미시유상 위시이유진야) 무릇(夫) 도에는(道) 애초에(始) 경계(구분)가 있지 않고(未有封), 말에는(言) 애초에(始) 일정함(고정불변의 의미)이 있지 않고(未有常), 이 때문에(爲是而) 구분이 생겼다(有畛也). * 道未始有封: 도는 본시 이것저것의 구별이 없고 한 덩어리의 혼돈이었다는 뜻. 封(봉)은 구역이란 뜻으로 경계와 구분을 말한다. * 爲是而有畛也: 말 때문에 구별이 있게 되었다는 뜻으로 일정한 의미가 없는 말로 道를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사물에 구별‧대립‧차별 등이 있게 되었다는 뜻. 畛은 농토와 농토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 여기서는 앞의 封과 같이 구별‧대립‧차별 등의 뜻으로 쓰였다. 林希逸은 “至道와 至言은 본래 彼此의 구별이 없는.. 2023. 12. 27.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8]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는가 없는가? 果且有成與虧乎哉? 果且無成與虧乎哉? 有成與虧, 故昭氏之鼓琴也; 無成與虧, 故昭氏之不鼓琴也. (과차유성여휴호재 과차무성여휴호재 유성여휴 고소씨지고슬야 무성여휴 고소씨지불고슬야) 과연 그렇다면(果且)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는가(有成與虧乎哉)? 과연 그렇다면(果且)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없는가(無成與虧乎哉)?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고(有成與虧), 그러므로(故) 소씨가(昭氏之) 거문고를 연주했고(鼓琴也);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없고(無成與虧), 그러므로(故) 소씨가(昭氏之)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不鼓琴也). * 有成與虧 故昭氏之鼓琴也: 성립과 파탄이 있는 것은 昭氏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음. 곧 昭氏가 거문고를 연주하여 한 곡을 이루는 것[成]은 무한한 다른 곡들을 잃게 되는 것[虧]과 같다는 뜻. 여기서.. 2023. 12. 2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7] 옛 사람들은 지혜가 지극했다 古之人, 其知有所至矣. 惡乎至? (고지인 기지유소지의 오호지) 옛사람은(古之人), 그 지혜에(其知) 지극한 것이 있었다(有所至矣). 어느 곳에 이르렀는가(얼마나 지극했는가)(惡乎至)? 有以爲未始有物者, 至矣, 盡矣, 不可以加矣! 其次以爲有物矣, 而未始有封也. 其次以爲有封焉, 而未始有是非也. 是非之彰也, 道之所以虧也. 道之所以虧, 愛之所以成. 애초에 아직 사물이 있지 않다고(未始有物) 생각한(以爲) 사람이 있었는데(有者), 지극했다(至矣), 극진해서(盡矣), 더할 것이 없었다(不可以加矣)! 그다음은(其次) 사물이 있지만(有物矣, 而) 애초에 경계의 구분이 있지 않다고(未始有封) 여겼다(以爲也). 그다음은(其次) 경계가 있지만(有封焉, 而) 애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다고(未始有是非) 여겼다(以爲也). 시비.. 2023. 12. 2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6] 상대(相對)의 세계에서 시비(是非)는 불변이 아니다 [조삼모사(朝三莫四)] 조삼모사(朝三莫四)는 열자에 나오는 고사로 일반적으로 같은 결과인데도 눈앞에 보이는 작은 차이에 그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장자에 나오는 맥락을 보자면 '조삼모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서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는 시비를 가리는 데 몰두하기만 하는 것을 비유했다. 나에게 옳은 것이 누군가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고 원숭이의 마음을 헤아라고 의견을 수용했다. 결과가 같다면 굳이 자신의 견해를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저공은 천균(天鈞, 하늘의 저울)에 머물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멈췄다. 이것이 양행(兩行)이다. 可乎可, 不可乎不可. 道行之而成, 物謂之而然. 惡乎然? 然於然. 惡乎不然? 不然於不然. 物固有所然, 物固..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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