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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4] 아무리 퍼내 써도 차오르지 않는다 / 용지혹불영(用之或不盈)

by चक्रम्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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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沖而用之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도충이용지혹불영 연혜사이만물지종); 

도는(道) 비었는데(沖而) 그것을 <아무리> 써도(用之) 혹(或) 차오르지 않는 듯하고(不盈), 그윽한 것이여(淵兮) 만물의 으뜸인 것 같구나(似萬物之宗); 

 

* 用之或不盈: 해석하면 '써도 차오르지 않는다'가 되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면 어색하다. 주석가들은 중국어에 반대 개념을 포함하는 뜻을 가진 글자가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영盈'을 그 반대 개념인 '갈竭'이나 '진盡'으로 해석했다. 그러면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라는 뜻이 된다. 쏟아부어도 차오르지 않는 무한한 여백을 가진 것이라면 아무리 퍼내 써도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노자가 옳았다, 김용옥>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似或存.(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담혜사혹존)

그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挫其銳), 그 얽힌 것을 풀고(解其紛), 그 빛을 부드럽게 하고(和其光), 그 티끌과 함께 하니(同其塵),  맑구나(湛兮) 혹 있는 듯하다(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나는(吾)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지만(不知誰之子), 상제를 앞선 듯하다(象帝之先). 

 

* 象帝之先: '상제의 먼저인 듯하다'라고 직역한다. '상象'은 코끼리의 상형자로 '~인 듯하다'라는 뜻이다. 

 

夫執一家之量者, 不能全家. 執一國之量者, 不能成國. 窮力擧重, 不能爲用, 故人雖知萬物治也, 治而不以二儀之道, 則不能贍也. 

무릇(夫) 한 집안을 다스릴(執一家之) 역량이 있는 사람은(量者), 집안을 온전하게 할 수 없다(不能全家). 한 나라를 다스릴 역량을 가진 사람은(執一國之量者), 나라를 번성하게 할 수 없다(不能成國). 힘을 다해서(窮力) 무거운 것을 들면(擧重), 쓸 수 없고(不能爲用), 그러므로(故) 사람이(人) 비록(雖) 만물을 다스리는 것을 알더라도(知萬物治也), 다스리면서(治而) 이의의 도를 쓰지 않으면(不以二儀之道, 則) 넉넉할 수 없다(不能贍也).

 

* 治而不以二儀之道: ‘二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임채우는 ‘天地의 道’라고 보았고, 정세근은 ‘乾坤의 道’라고 보았는데, 두 주장이 모두 타당성이 있다. <노자도덕경, 김시천>

 

地雖形魄, 不法於天則不能全其寧. 天雖精象, 不法於道則不能保其精. 沖而用之, 用乃不能窮, 滿以造實, 實來則溢, 故沖而用之, 又復不盈, 其爲無窮亦已極矣. 

땅에(地) 비록(雖) 형백이 있더라도(形魄), 하늘을 본받지 않으면(不法於天則) 그 안녕을 온전히 할 수 없다(不能全其寧). 하늘이(天) 비록(雖) 정상이 있더라도(精象), 도를 본받지 않으면(不法於道則) 그 정을 보전할 수 없다(不能保其精). 비었는데 그것을 쓰고(沖而用之), 쓰더라도 곧(用乃) 다함이 없고(不能窮), 가득 채워서(滿以) 충실하게 만들면(造實), 충실함이 와서 넘치고(實來則溢), 그러므로(故) 비었는데 그것을 써도(沖而用之), 또(又) 차지 않는 것으로(不盈) 돌아오고(復), 그 무궁하게 되는 것이(其爲無窮) 또한(亦) 이미 지극하다(已極矣).

 

形雖大, 不能累其體, 事雖殷, 不能充其量, 萬物捨此而求主, 主其安在乎. 不亦淵兮似萬物之宗乎. 銳挫而無損, 紛解而不勞, 和光而不汙, 其體同塵而不渝其真, 不亦湛兮似或存乎. 地守其形, 德不能過其載, 天慊其象, 德不能過其覆, 天地莫能及之, 不亦似帝之先乎. 帝, 天帝也. 

형체가 비록 크더라도(形雖大), 그 몸에 누가 될 수 없고(不能累其體), 일이 비록 성하더라도(事雖殷), 그 역량을 채우지 못하니(不能充其量), 만물이(萬物) 이것을 버리고(捨此而) 주인을 구한다면(求主), 주인이(主) 도대체(其) 어디에 있겠는가(安在乎). 또한 그윽한 것이(亦淵兮) 만물의 으뜸 같지 않겠는가(似萬物之宗乎). 날카로움이 꺾여도(銳挫而) 손상이 없고(無損), 얽힌 것을 풀어도(紛解而) 수고롭지 않고(不勞), 빛남을 부드럽게 해도(和光而) 더럽혀지지 않고(不汙), 그 몸이(其體) 먼지와 같아져도(同塵而) 그 참됨을(其真) 바꾸지 않으니(不渝),  또한(亦) 편안함이(湛兮) 혹 있는 듯하지 않은가( 似或存乎). 땅이(地) 그 형체를 지키니(守其形), 덕이(德) 그 실어주는 것을 넘지 못하고(不能過其載), 하늘이(天) 그 형상을 만족스럽게 여기니(慊其象), 덕이(德) 그 덮어주는 것을 넘지 못하고(不能過其覆), 하늘과 땅이(天地) 무엇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莫能及之), 또한 제를 앞서는 듯하지 않은가(不亦似帝之先乎). 제는(帝), 천제다(天帝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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