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9] 세상은 신령스러운 그릇이다 / 천하신기(天下神器)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부득이) 天下神器,(천하신기) 장차(將) 천하를 취하려고 하면서(欲取天下而) 하는 것은(爲之), 나는(吾)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안다(見其不得已). 천하는(天下) 신령스러운 그릇이라서(神器), 神, 無形無方也. 器, 合成也. 無形以合, 故謂之神器也. 신이란(神), 형태가 없고(無形) 방향이 없다(無方也). 기란(器), 합쳐서 이루는 것이다(合成也). 형태가 없는 것을 합치고(無形以合), 그러므로(故) 신기라고 말한다(謂之神器也).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불가위야 위자패지 집자실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不可爲也), 하려는 사람은 실패하고(爲者敗之), 잡으려는 사람은 잃는다(執者失之). 萬物以自然爲性, 故可因而不可爲也. 可通而不可執也. ..
2024. 4. 10.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8] 위대한 다스림은 자르는 것이 없다 / 대재불할(大制不割)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계)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嬰兒.(위천하계 상덕불리 복귀어영아) 그 수컷이 될 수 있는데도(知其雄), 암컷이 되기를 지키는 것은(守其雌),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爲天下谿). 천하의 골짜기가 되니(爲天下谿), 늘 그러한 덕이(常德) 떠나지 않고(不離), 다시(復) 어린아이로 돌아간다(歸於嬰兒). * 知其雄守其雌: 林希逸은 “능히 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뜻[有能爲而不爲之意]”이라 하였는데, 풀이하면 수컷답게 행동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행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雄, 先之屬; 雌, 後之屬也. 知爲天下之先也, 必後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也. 谿不求物而物自歸之, 嬰兒不用智而合自然之智. 수컷은(雄), 앞서는 부류이고..
2024. 4. 4.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7] 성인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 성인무기인(聖人無棄人)
善行無轍迹,(선행무철적) 잘 가는 것에는(善行) 자취가 없고(無轍迹), * 轍迹(철적): ‘수레바퀴의 자국’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물(事物)이 지나간 흔적(痕跡ㆍ痕迹)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順自然而行, 不造不始, 故物得至而無轍迹也. 자연을 순응하고(順自然而) 가므로(行), 만들지 않고(不造) 시작하지 않고(不始), 그러므로(故) 물이 지극함을 얻고(物得至而) 자취가 없다(無轍迹也). 善言無瑕讁;(선언무하적) 잘 말하는 것에는(善言) 허물과 결점이 없고(無瑕讁); 順物之性, 不別不析, 故無瑕讁可得其門也. 물의 본성에 순응하고(順物之性), 구별하지 않고(不別) 분석하지 않고(不析), 그러므로(故) 결점과 허물이 없어서(無瑕讁) 그 문을 얻을 수 있다(可得其門也). * (可得其門也)[各得其所也] ..
2024. 4. 1.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6] 경즉실본(輕則失本) / 가벼우면 근본을 잃는다
重爲輕根, 靜爲躁君.(중위경근 정위조군) 무거운 것은(重) 가벼움의 근본이 되고(爲輕根), 고요함은(靜) 조급함의 임금이 된다(爲躁君). 凡物輕不能載重, 小不能鎮大. 不行者使行, 不動者制動, 是以重必爲輕根, 靜必爲躁君也. 무릇(凡) 물이 가벼우면(物輕) 무거운 것을 실을 수 없고(不能載重), 작으면(小) 큰 것을 누를 수 없다(不能鎮大). 가지 않는 것을(不行者) 가게 하고(使行), 움직이지 않는 것을(不動者) 움직이게 하는 것이니(制動), 이 때문에(是以) 무거운 것이(重) 반드시(必) 가벼운 것의 근본이 되고(爲輕根), 고요함이(靜) 반드시(必) 조급함의 임금이 된다(爲躁君也). 是以聖人終日行不離輜重.(시이성인종일행불리치중) 이 때문에(是以) 성인은(聖人) 종일토록(終日) 가더라도(行) 수레를 떠나지..
2024. 3. 31.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5] 천지보다 먼저 생겼다 / 선천지생(先天地生) / 도법자연(道法自然)
有物混成, 先天地生.(유물혼성 선천지생) 물이 있어(有物) 뒤섞여 이루어졌는데(混成), 천지가 생긴 것보다(天地生) 먼저이다(先). 混然不可得而知, 而萬物由之以成, 故曰混成也. 不知其誰之子, 故先天地生. 뒤섞여서(混然) 알 수 없지만(不可得而知, 而) 만물이(萬物) 그것으로부터 나와(由之以) 이루어졌고(成), 그러므로(故) 혼성이라고 했다(曰混成也).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고(不知其誰之子), 그러므로(故) 천지가 생긴 것보다 앞섰다(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不改,(적혜요혜 독립불개) 적막하고(寂兮) 쓸쓸하게(寥兮), 홀로 서 있어도(獨立) 바뀌지 않고(不改), 寂寥, 無形體也. 無物之匹, 故曰獨立也. 返化終始, 不失其常, 故曰不改也. 적요는(寂寥), 형체가 없는 것이다(無形體也). 물의 짝이 없고(..
2024. 3. 30.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4] 발돋움 하고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 기자불립 괴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
企者不立,(기자불립) 발꿈치를 들고 선 사람은(企者) 서지 못하고(不立), 物尚進則失安, 故曰, 企者不立. 물은(物) 항상 나아가려고 하면(尚進則) 편안함을 잃고(失安),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기자불립이라고 했다(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괴자불행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긍자부장) 其在道也, 曰餘食贅行.(기재도야 일여식췌행) 겅중겅중 걷는 사람은(跨者) 가지 못하고(不行), 자기를 드러내려는 사람은(自見者) 밝아지지 않고(不明), 자기를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自是者) 드러나지 않고(不彰), 자기를 뽐내는 사람은(自伐者) 공이 없고(無功), 자기를 자랑하는 사람은(自矜者) 오래가지 못한다(不長). 그것은(其) 도에 있어서(在道也), 먹다 남은 음..
2024. 3. 30.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3] 희언자연(希言自然) 취우부종일( 驟雨不終日)
希言自然.(희언자연) 말을 드물게 하는 것이(希言) 자연스럽다(自然). 聽之不聞名曰希, 下章言, 道之出言, 淡兮其無味也,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然則無味不足聽之, 言乃是自然之至言也. 들어도(聽之) 들리지 않는 것을(不聞) 이름 붙여 희라고 하며(名曰希), 아랫장에서(下章), 도가 말을 내는 것은(道之出言), 담담해서(淡兮) 그 맛이 없고(其無味也), 보아도(視之) 보이지 않고(不足見), 들어도(聽之) 들리지 않는다고(不足聞) 말했고(言), 그렇다면(然則) 맛이 없고 들리지 않는 것은(無味不足聽之), 곧(乃) 이것이(是) 자연의 지극한 말이라는(自然之至言) 말이다(言也).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고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숙위차자) 天地. 天地尚不能久, 而況於人乎?(천지 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
2024. 3. 29.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2] 굽히면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 / 곡즉전(曲則全)
曲則全,(곡즉전) 굽히면(曲則) 온전해지고(全), 不自見其明則全也. 스스로(自) 그 밝음을 드러내지 않으면(不見其明則) 온전해진다(全也). 枉則直,(왕즉직) 구부리면(枉則) 곧아지고(直), 不自是則其是彰也. 스스로(自) 옳다고 하지 않으면(不是則) 그 옳음이 드러난다(其是彰也). 窪則盈,(와즉영) 파이면(窪則) 채워지고(盈), 不自伐則其功有也.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면(不自伐則) 그 공이 있다(其功有也). 弊則新,(폐즉신) 없어지면 새로워지고(弊則新), 不自矜則其德長也. 스스로 자만하지 않으면(不自矜則) 그 덕이 오래간다(其德長也). 少則得, 多則惑.(소즉득 다즉혹) 적어지면 얻고(少則得), 많아지면 미혹된다(多則惑). 自然之道亦猶樹也, 轉多轉遠其根, 轉少轉得其本. 多則遠其真, 故曰惑也;少則得其本, 故曰得..
2024. 3. 29.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1] 비어 있는 덕의 위대함 / 공덕지용(孔德之容)
孔德之容, 惟道是從.(공덕지용 유도시종) 비어 있는 덕의(孔德之) 모습이여(容), 오직(惟) 도만이 따르다(道是從). 孔, 空也, 惟以空為德, 然後乃能動作從道. 공은(孔), 빔이고(空也), 오직(惟) 공을 덕으로 삼고 나서(以空為德, 然後) 곧(乃) 동작이 도를 따를 수 있다(能動作從道). 道之為物, 惟恍惟惚.(도지위물 유황유홀) 도가 물건 됨이(道之為物), 오직 황홀하고(惟恍) 황홀하다(惟惚). 恍惚無形, 不繫之歎. 황홀한 것에는(恍惚) 형체가 없고(無形), 매어 있지 않은 것을(不繫之) 탄미했다(歎). 惚兮恍兮, 其中有象;(홀혜황혜 기중유상) 恍兮惚兮, 其中有物.(황혜홀혜 기중유물) 황홀하고 황홀한데(惚兮恍兮), 그 가운데(其中) 형상이 있고(有象); 황홀하고 황홀한데(恍兮惚兮), 그 가운데(其中) ..
2024. 3. 23.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20] 나만 홀로 식모(食母)를 귀하게 여긴다 / 아독이어인(我獨異於人)
絕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절학무우 유지여아 상거기하) 善之與惡, 相去若何?(선지여오 상거약하) 人之所畏, 不可不畏.(인지소외 불가불외) 배움을 끊으면(絕學) 걱정이 없으니(無憂), 예와(唯之與) 아니오가(阿), 서로의 거리가(相去) 얼마나 되는가(幾何)? 아름다움과 추함이(善之與惡), 서로의 거리가(相去) 얼마나 되는가(若何)? 사람들이(人之) 두려워하는 것은(所畏),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不可不畏). 下篇, 爲學者日益, 爲道者日損. 然則學求益所能, 而進其智者也, 若將無欲而足, 何求於益. 不知而中, 何求於進. 夫燕雀有匹, 鳩鴿有仇, 寒鄉之民, 必知旃裘, 自然已足, 益之則憂. 故續鳧之足, 何異截鶴之頸, 畏譽而進, 何異畏刑. 唯阿美惡, 相去若何? 故人之所畏, 吾亦異焉, 未敢恃之以爲用也. 하편에(下..
2024. 3. 17.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19] 소박함을 끌어안고 욕심을 줄여라 / 절성기지(絶聖棄智)
絶聖棄智, 民利百倍;(절성기지 민리백배) 絶仁棄義, 民復孝慈;(절의기의 민복효자) 絶巧棄利, 盜賊無有.(절교기리 도적무유) 此三者以為文不足, 故令有所屬:(차삼자이위문부족고령유소속) 見素抱樸, 少私寡欲.(견소포박 소사과욕) 성스러움을 끊고(絶聖) 지혜를 버리면(棄智), 백성의 이익이 백 배가 되고(民利百倍); 인을 끊고(絶仁) 의를 버리면(棄義), 백성이(民) 효도와 자애를 회복하고(復孝慈); 교묘함을 끊고(絶巧) 이익을 버리면(棄利), 도적이(盜賊) 있을 수 없다(無有). 이 셋은(此三者) 꾸며진 것이기 때문에(以為文) 부족하고(不足), 그러므로(故) 속한 곳에 있도록 해야 하고(令有所屬): 소박함을 보고(見素) 끌어안고(抱樸), 사사로움을 줄이고(少私) 욕심을 적게 하라(寡欲). 聖智, 才之善也. 仁義..
2024. 3. 17.
[노자(老子) 왕필주(王弼註) 18] 만들어진 가치는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 대도폐 유인의(大道廢 有仁義)
大道廢, 有仁義;(대도폐 유인의) 큰 도가 없어지니(大道廢), 인의가 있고(有仁義); 失無爲之事, 更以施慧立善, 道進物也. 하지 않음으로 일하는 것을(無爲之事) 잃고(失), 다시(更) 지혜를 베풀어서(以施慧) 선을 세워서(立善), 도가(道) 만물에 나아갔다(進物也). 智慧出, 有大僞;(지혜출 유대위) 지혜가 나오자(智慧出), 큰 속임수가 있고(有大僞); 行術用明, 以察姦僞; 趣睹形見, 物知避之. 故智慧出則大僞生也. 술수를 행하고(行術) 밝음을 써서(用明, 以) 간악함과 거짓됨을 살피면(察姦僞); 뜻이 보이고(趣睹) 형태가 드러나서(形見), 만물이(物) 그것을 피할 줄 안다(知避之). 그러므로(故) 지혜가 나오면(智慧出則) 큰 거짓이 생긴다(大僞生也). 六親不和, 有孝慈;(육친불화 유효자) 國家昏亂, 有忠..
202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