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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5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0] 덕이 태양보다 밝으면 거리낄 것이 없다 [십일병출 만물개조(十日並出 萬物皆照)] 故昔者堯問於舜曰: “我欲伐宗·膾·胥敖, 南面而不釋然. 其故何也?” (고석자요문어순왈 아욕벌숭회서오 남면이불석연 기고하야) 그러므로(故) 옛날(昔者) 요임금이(堯) 순에게 물어 말하길(問於舜曰): “내가(我) 숭과 회, 서오를 정벌하고 싶은데(欲伐宗膾胥敖), 왕위에 앉아서도(南面而)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不釋然). 그 까닭이 무엇일까(其故何也)?”라고 했다. * 伐宗(숭)膾胥敖: 숭나라와 회나라, 서오족을 정벌함. 宗과 膾는 國名이고 胥敖는 종족명이다. 宗은 崇의 假借字. 그러나 이 세 나라는 모두 가공의 나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釋然(석연): 1. 마음이 환하게 풀림, 2. 미심(未審)쩍었던 것이나 원한(怨恨) 등(等)이 풀림. 舜曰: “夫三子者, 猶存乎蓬艾之間. 若不釋然何哉! 昔者十日並出, 萬物.. 2023. 12. 27.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9] 잘잘못을 따지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변야자 유불견야(辯也者 有不見也)] 夫道未始有封, 言未始有常, 爲是而有畛也. (부도미시유봉 언미시유상 위시이유진야) 무릇(夫) 도에는(道) 애초에(始) 경계(구분)가 있지 않고(未有封), 말에는(言) 애초에(始) 일정함(고정불변의 의미)이 있지 않고(未有常), 이 때문에(爲是而) 구분이 생겼다(有畛也). * 道未始有封: 도는 본시 이것저것의 구별이 없고 한 덩어리의 혼돈이었다는 뜻. 封(봉)은 구역이란 뜻으로 경계와 구분을 말한다. * 爲是而有畛也: 말 때문에 구별이 있게 되었다는 뜻으로 일정한 의미가 없는 말로 道를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사물에 구별‧대립‧차별 등이 있게 되었다는 뜻. 畛은 농토와 농토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 여기서는 앞의 封과 같이 구별‧대립‧차별 등의 뜻으로 쓰였다. 林希逸은 “至道와 至言은 본래 彼此의 구별이 없는.. 2023. 12. 27.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8]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는가 없는가? 果且有成與虧乎哉? 果且無成與虧乎哉? 有成與虧, 故昭氏之鼓琴也; 無成與虧, 故昭氏之不鼓琴也. (과차유성여휴호재 과차무성여휴호재 유성여휴 고소씨지고슬야 무성여휴 고소씨지불고슬야) 과연 그렇다면(果且)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는가(有成與虧乎哉)? 과연 그렇다면(果且)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없는가(無成與虧乎哉)?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있고(有成與虧), 그러므로(故) 소씨가(昭氏之) 거문고를 연주했고(鼓琴也); 이루어짐과 부족함이 없고(無成與虧), 그러므로(故) 소씨가(昭氏之)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不鼓琴也). * 有成與虧 故昭氏之鼓琴也: 성립과 파탄이 있는 것은 昭氏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음. 곧 昭氏가 거문고를 연주하여 한 곡을 이루는 것[成]은 무한한 다른 곡들을 잃게 되는 것[虧]과 같다는 뜻. 여기서.. 2023. 12. 2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7] 옛 사람들은 지혜가 지극했다 古之人, 其知有所至矣. 惡乎至? (고지인 기지유소지의 오호지) 옛사람은(古之人), 그 지혜에(其知) 지극한 것이 있었다(有所至矣). 어느 곳에 이르렀는가(얼마나 지극했는가)(惡乎至)? 有以爲未始有物者, 至矣, 盡矣, 不可以加矣! 其次以爲有物矣, 而未始有封也. 其次以爲有封焉, 而未始有是非也. 是非之彰也, 道之所以虧也. 道之所以虧, 愛之所以成. 애초에 아직 사물이 있지 않다고(未始有物) 생각한(以爲) 사람이 있었는데(有者), 지극했다(至矣), 극진해서(盡矣), 더할 것이 없었다(不可以加矣)! 그다음은(其次) 사물이 있지만(有物矣, 而) 애초에 경계의 구분이 있지 않다고(未始有封) 여겼다(以爲也). 그다음은(其次) 경계가 있지만(有封焉, 而) 애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다고(未始有是非) 여겼다(以爲也). 시비.. 2023. 12. 2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6] 상대(相對)의 세계에서 시비(是非)는 불변이 아니다 [조삼모사(朝三莫四)] 조삼모사(朝三莫四)는 열자에 나오는 고사로 일반적으로 같은 결과인데도 눈앞에 보이는 작은 차이에 그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장자에 나오는 맥락을 보자면 '조삼모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서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는 시비를 가리는 데 몰두하기만 하는 것을 비유했다. 나에게 옳은 것이 누군가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고 원숭이의 마음을 헤아라고 의견을 수용했다. 결과가 같다면 굳이 자신의 견해를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저공은 천균(天鈞, 하늘의 저울)에 머물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멈췄다. 이것이 양행(兩行)이다. 可乎可, 不可乎不可. 道行之而成, 物謂之而然. 惡乎然? 然於然. 惡乎不然? 不然於不然. 物固有所然, 物固.. 2023. 12. 23.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5]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 만물은 한 마리 말 [천지일지 만물일마(天地一指 萬物一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잔치다. 마지막의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란 구절을 두고서 재미난 해석도 있다. 우리가 하늘을 가리키고 땅을 가리킬 때 손가락으로 지시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내 손가락은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데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 손가락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본다는 불교적 일화를 연결시켜서 해석한 것이다. 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 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 손가락으로(以指)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指之非指) 깨우쳐주는 것은(喩),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以非指)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指之非指) 깨우쳐주는 것만 못하다(不若喩也). 말로(以馬) 말이 말이 아님을 깨우쳐주는 것은(喩馬之非馬), 말이 아닌 .. 2023. 12. 22.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4] 말은 소리가 아니고 의도가 있는 것이다 [언비취야 언자유언(言非吹也 言者有言)] 夫言非吹也, 言者有言, 其所言者特未定也. 果有言邪? 其未嘗有言邪? 其以爲異於鷇音, 亦有辯乎, 其無辯乎? 무릇(夫) 말은(言) 불어내는 소리가 아니고(非吹也), 말에는(言者) 말하려는 있으니(有言), 그(其) 말하려는 것이(所言者) 유독(特) 정해지지 않았다면(未定也), 과연(果) 말이 있는 것인가(有言邪)? 아니면(其) 일찍이(嘗) 말이 있지 않은 것인가(未有言邪)? 그것이(其) 알 깨고 나온 새소리와(於鷇音) 다른 것으로 생각되지만(以爲異), 또한(亦) 구별이 있는가(有辯乎), 아니면(其) 구별이 없는가(無辯乎)? 道惡乎隱而有眞僞? 言惡乎隱而有是非? 道惡乎往而不存? 言惡乎存而不可? 道隱於小成, 言隱於榮華. 故有儒墨之是非, 以是其所非而非其所是. 欲是其所非而非其所是, 則莫若以明. 도는(道) 어디에(惡乎) .. 2023. 12. 17.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3] 경계를 지우면 비로소 넓어진다 [비피무아(非彼無我)]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은 서로 통하고, 이것과 저것이 기대어 서로를 드러내고 밝힌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태어남도 없다. 모든 구별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존재할 가치가 있으니 모두 평등한 것이다. 非彼無我, 非我無所取. 是亦近矣, 而不知所爲使. 若有眞宰, 而特不得其眹. 可行已信. 而不見其形, 有情而無形. 저것이 없으면(非彼) 내가 없고(無我), 내가 없으면(非我) 취할 것이 없다(無所取). 이것도 또한(是亦) 가깝지만(近矣, 而) 그렇게 만드는 것을(所爲使) 알지 못한다(不知). 참다운 주재자가(眞宰) 있는 듯 하지만(若有, 而) 단지(特) 그 조짐을 알 수 없다(不得其眹). 행할 수 있음은(可行.. 2023. 12. 16.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2] 큰 지혜는 성글성글하고 작은 지혜는 꼼꼼하다 [대지한한 소지간간(大知閑閑 小知間間)] 보통 이 장의 큰 뜻을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여유 있고 너그럽지만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따지고 남의 눈치를 본다'라고 해석한다. 즉, 대지(大知)와 소지(小知)를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赤塚忠의 경우, 이 篇에서 人知를 긍정적으로 파악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들어 大知는 小知와 상대가 되는 개념으로 날마다 마음속에서 싸우는 일단(一端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大知를 ‘심하게 악독한 지혜’로 해석하고 閑閑도 사납다는 뜻[悍悍]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大知閑閑 小知閒閒’을 “인간의 악독한 지혜는 사납고, 잔 지혜는 남의 틈이나 엿본다 [覵覵].”라고 번역하여 ‘대지’와 ‘소지’를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바로 뒤의 ‘大言炎炎 小言詹詹’도 같은 맥.. 2023. 12. 1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 나를 잊어버리는 경지 [망아지경(忘我之境)과 고목사회(枯木死灰)] 남곽자기(南郭子綦)와 안성자유(顔成子游)는 모두 가공의 인물이다. '남곽南郭'은 성 남쪽에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성이고, '자기子綦'가 이름이다. '자유子游'는 공자의 제자인 '언언言偃'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 또한 '안성顔成'이란 '안성安城'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보면 스승인 '남곽자기'는 성 외곽에 사는 낮은 신분이고 제자인 '안성자유'는 학식있는 높은 신분으로 보인다. 이것도 세상의 잣대를 비뚤어 보이게 만들려는 장자의 교묘한 함정인지도 모르겠다. 南郭子綦隱几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 남곽자기가(南郭子) 안석에 기대어(綦隱几而) 앉아 있다가(坐), 하늘을 우러러보며(仰天而) 한숨을 쉬는데(噓), 멍한 모습이(嗒焉) 자기 짝을 잃은 듯했다(似喪其耦). * 南郭..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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