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48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3] 경계를 지우면 비로소 넓어진다 [비피무아(非彼無我)]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은 서로 통하고, 이것과 저것이 기대어 서로를 드러내고 밝힌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태어남도 없다. 모든 구별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존재할 가치가 있으니 모두 평등한 것이다. 非彼無我, 非我無所取. 是亦近矣, 而不知所爲使. 若有眞宰, 而特不得其眹. 可行已信. 而不見其形, 有情而無形. 저것이 없으면(非彼) 내가 없고(無我), 내가 없으면(非我) 취할 것이 없다(無所取). 이것도 또한(是亦) 가깝지만(近矣, 而) 그렇게 만드는 것을(所爲使) 알지 못한다(不知). 참다운 주재자가(眞宰) 있는 듯 하지만(若有, 而) 단지(特) 그 조짐을 알 수 없다(不得其眹). 행할 수 있음은(可行.. 2023. 12. 16.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2] 큰 지혜는 성글성글하고 작은 지혜는 꼼꼼하다 [대지한한 소지간간(大知閑閑 小知間間)] 보통 이 장의 큰 뜻을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여유 있고 너그럽지만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따지고 남의 눈치를 본다'라고 해석한다. 즉, 대지(大知)와 소지(小知)를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赤塚忠의 경우, 이 篇에서 人知를 긍정적으로 파악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들어 大知는 小知와 상대가 되는 개념으로 날마다 마음속에서 싸우는 일단(一端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大知를 ‘심하게 악독한 지혜’로 해석하고 閑閑도 사납다는 뜻[悍悍]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大知閑閑 小知閒閒’을 “인간의 악독한 지혜는 사납고, 잔 지혜는 남의 틈이나 엿본다 [覵覵].”라고 번역하여 ‘대지’와 ‘소지’를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바로 뒤의 ‘大言炎炎 小言詹詹’도 같은 맥.. 2023. 12. 15.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 나를 잊어버리는 경지 [망아지경(忘我之境)과 고목사회(枯木死灰)] 남곽자기(南郭子綦)와 안성자유(顔成子游)는 모두 가공의 인물이다. '남곽南郭'은 성 남쪽에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성이고, '자기子綦'가 이름이다. '자유子游'는 공자의 제자인 '언언言偃'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 또한 '안성顔成'이란 '안성安城'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보면 스승인 '남곽자기'는 성 외곽에 사는 낮은 신분이고 제자인 '안성자유'는 학식있는 높은 신분으로 보인다. 이것도 세상의 잣대를 비뚤어 보이게 만들려는 장자의 교묘한 함정인지도 모르겠다. 南郭子綦隱几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 남곽자기가(南郭子) 안석에 기대어(綦隱几而) 앉아 있다가(坐), 하늘을 우러러보며(仰天而) 한숨을 쉬는데(噓), 멍한 모습이(嗒焉) 자기 짝을 잃은 듯했다(似喪其耦). * 南郭.. 2023. 12. 14.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5] 쓸모 없는 나무의 쓸모 [대이무용(大而無用)] 비유로 삼은 사물이 바뀌었을 뿐 이야기의 구조는 앞장과 비슷하다. 앞서 닷 섬 들이 커다란 박이 쓸모없다고 했던 혜시는 큰 나무를 비유로 들어 같은 이야기를 한다. 큰 나무가 크기만 할 뿐 쓸모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크기만 하고 쓸모가 없는 장자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고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대로 당하고 있을 장자가 아니다. 세상에서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살쾡이로 비유하면서 반격한다. 이놈들은 사냥을 잘하는 자기의 뛰어난 재능을 믿고 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 덫이나 그물에 걸려 죽고 만다는 것이다. 크기만 하고 가지들이 굽은 나무라면 “광막한 들판에 옮겨 심고 그 아래 그늘을 노닐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대꾸한다. 惠子謂莊子曰: "吾有大樹, 人謂之樗. 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 2023. 12. 13.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4] 쓸 곳을 알지 못하고 걱정만 하는구나 [무용지용(無用之用)] 소요유 첫 부분에서 장자가 강조한 이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명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이야기에서 혜시는 고정관념에 매인 사람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조롱박은 속을 파내고 물을 담거나 반으로 갈라 바가지로 쓰는 열매다. 하지만 혜시가 심은 조롱박은 보통의 조롱박이 아니어서 문제였다. 이런 고정관념에 매여버리니 다섯 섬이나 크기나 되는 거대한 조롱박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크면 그걸 타고 뱃놀이를 하면 될 것인데, 어찌 혜시는 그걸 몰랐을까? 惠子謂莊子曰: "魏王貽我大瓠之種, 我樹之成而實五石, 以盛水漿, 其堅不能自擧也. 剖之以爲瓢, 則瓠落無所容.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 헤자가(惠子) 장자에게 일러 말하길(謂莊子曰): "위왕이(魏王) 큰 표주박 씨를(.. 2023. 12. 12.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3] 막고야산에 신인이 산다고 말하는 미치광이가 있다 [막고야산(藐姑射山)] 견오가 접여에게 들은 황당한 이야기에 대해 연숙에게 물어보는 내용이다. 접여가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막고야산에 사는 신인들은 먹지도 않고 구름과 용을 타고 사해 밖에서 노닌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세상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세속적인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견오가 연숙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연숙은 그런 견오를 나무랍니다.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해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귀머거리나 장님과 다를 것 없는 사람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은 정신적 장애인일 것입니다. 황당한 이야기를 많이 한 접여를 '초나라의 미치광이'라고 불렀지만, 접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미치광이일지도.. 2023. 12. 11.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2] 이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언서지망(偃鼠之望)] 이 장 요 임금과 허유가 주인공입니다. 요임금은 허유를 태양과 단비 같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허유가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허유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합니다. 뱁새가 집을 짓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생쥐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 뱁새나 생쥐 같은 존재인 자신은 천하 같은 큰 물건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堯讓天下於許由, 曰: "日月出矣, 而爝不息, 其於光也, 不亦難乎! 時雨降矣, 而猶浸灌, 其於澤也, 不亦勞乎! 夫子立, 而天下治, 而我猶尸之, 吾自視缺然. 請致天下." 요 임금이(堯) 천하를(天下) 허유에게 양보하여 말하길(讓於許由, 曰): "해와 달이(日月) 나왔는데도(出矣, 而) 횃불이 꺼지지 않는다면(爝不息), 그것이(其) 빛나는 것이(於光也), 또한 .. 2023. 12. 11.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1]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산다[북명유어(北冥有魚)] 장자는 거대한 물고기와 거대한 새에 대한 이야기로 소요유 편을 시작한다. 계속해서 규모가 큰 것과 작은 것을 대비하면서 각자의 경지를 말한다. 장자의 결론은 세속에 물든 자잘한 사람은 세속을 벗어난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북쪽 검은 바다에(北冥) 물고기가 있는데(有魚), 그 이름이(其名) 곤이다(爲鯤). 곤의 크기가(鯤之大), 그(其) 몇 천리나 되는지(幾千里) 알지 못한다(不知也). 변해서(化而) 새가 되는데(爲鳥), 그 이름이(其名) 붕이다(爲鵬). 붕의 등은(鵬之背), 그(其) 몇 천리나 되는지(幾千里) 알지 못한다(不知.. 2023. 12. 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