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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3] 경계를 지우면 비로소 넓어진다 [비피무아(非彼無我)]

by चक्रम्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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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은 서로 통하고, 이것과 저것이 기대어 서로를 드러내고 밝힌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태어남도 없다. 모든 구별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존재할 가치가 있으니 모두 평등한 것이다. 

 

非彼無我, 非我無所取. 是亦近矣, 而不知所爲使. 若有眞宰, 而特不得其眹. 可行已信. 而不見其形, 有情而無形.

저것이 없으면(非彼) 내가 없고(無我), 내가 없으면(非我) 취할 것이 없다(無所取). 이것도 또한(是亦) <진실에> 가깝지만(近矣, 而) 그렇게 만드는 것을(所爲使) 알지 못한다(不知). 참다운 주재자가(眞宰) 있는 듯 하지만(若有, 而) 단지(特) 그 조짐을 알 수 없다(不得其眹). 행할 수 있음은(可行) 이미 분명하지만(已信, 而) 그 형체를 볼 수 없고(不見其形), 정(작용)은 있지만(有情而) 형체(도)는 없다(無形).

 

* 特不得其眹(짐): 다만 그 조짐(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음. 眹(눈동자 진)은 朕의 假借字. 林希逸의 현토본에는 朕으로 표기되어 있다.

* 可行已信而不見其形: 可行은 조물자의 작용[行]이 있을 가능성. 즉 참다운 주재자가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百骸.九竅.六藏, 賅而存焉, 吾誰與爲親? 汝皆說之乎? 其有私焉? 如是皆有爲臣妾乎? 其臣妾不足以相治乎? 其遞相爲君臣乎? 其有眞君存焉? 如求得其情與不得, 無益損乎其眞.

백개의 뼈와 아홉 개의 구멍, 여섯 개의 장기가(百骸, 九竅, 六藏), 갖추어져 있는데(賅而存焉), 나는(吾) 무엇과(誰與) 가까운가(爲親)? 그대는(汝) 모두(皆) 좋아할 것인가(說之乎)? 아니면(其) <하나에 대해> 사사로움이 있는가(有私焉)? 이와 같다면(모두 사랑한다면)(如是) 모두에게(皆) 신첩이 됨이 있는가(有爲臣妾乎)? 그 신첩은(其臣妾) 서로 다스리기에 부족한가(不足以相治乎)? 그것이(其) 서로 번갈아(遞相) 임금이 되고 신하가 되는가(爲君臣乎)? 아마도(其) 진군이란 존재가 있는 것인가(有眞君存焉)? 만약(如) 그 정(진군)을 알 수 있든지(求得其情與) 알지 못하든지(不得), 그 참다운 것에(乎其眞) 보태거나 덜어낼 것이 없다(無益損).

 

* 皆說(열)之乎: 모두 좋아할 것인가. 百骸, 九竅, 六藏을 모두 좋아할 것이냐는 뜻. 說은 悅로 읽어야 한다(《釋文》).

* 其有私焉: 아니면 그중에서 한 가지만 좋아할 것인가? 여기서 其는 抑과 같은 뜻으로 말머리를 돌리는 구실을 한다.

* 皆有爲臣妾乎: 모두 臣妾이 되게 할 것인가? 신첩은 주재자 아닌 피지배자라는 뜻이다.

* 如求得其情與不得: 그 실상을 알든 모르든 간에. 情은 진군의 존재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실상을 뜻한다. 得其情與不得은 得其情與不得其情의 줄임.

 

一受其成形, 不化以待盡. 與物相刃相靡, 其行進如馳, 而莫之能止, 不亦悲乎! 終身役役而不見其成功, 苶然疲役而不知其所歸, 可不哀邪! 人謂之不死, 奚益! 其形化, 其心與之然, 可不謂大哀乎? 人之生也, 固若是芒乎? 其我獨芒, 而人亦有不芒者乎?

일단(一) 그 형체가 이루어짐(몸)을 받으면(受其成形), 변하(죽)지 않으면(不化[忘]以) 다하기(죽기)를 기다린다(待盡). 사물과 더불어(與物) 서로 칼질하고(相刃) 서로 해쳐서(相靡), 그(其) <죽음을 향해> 나아감이(行進) 달리는 말과 같아서(如馳, 而) 무엇도(莫) 그것을 막지 못하니(之能止),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不亦悲乎)! 평생(終身) 고생만 하다가(役役而) 그 성공을 보지 못하고(不見其成功), 힘이 다하도록(苶然) 고생하지만(疲役而) 그 돌아갈 곳을 알지 못하니(不知其所歸), 애처롭지 아니한가(可不哀邪)! 사람들이(人) 죽지 않는 방법을 말하지만(謂之不死), 어찌 이익이 있겠는가(奚益)! 그 몸이 변하면(죽으면)(其形化), 그 마음도(其心) 그와 더불어 그러하니(與之然), 큰 슬픔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可不謂大哀乎)? 사람의 삶이(人之生也), 진실로(固) 이 어둠과 같은가(若是芒乎)? 아니면(其) 나 홀로 어두운데(我獨芒, 而) 사람들은(人) 또한(亦) 어둡지 않은 것이 있는가(有不芒者乎)?

 

* 行盡如馳: 消盡시킴이 말 달리는 것과 같음. 자신이 타고난 신체의 기능을 맹렬히 소진시킨다는 뜻.

* 役役: 고생하는 모습, 몸을 아끼지 않고 일에만 힘을 씀.

* 苶然(날연): 날연히. 피곤하여 기운(氣運)이 없음.

* 人謂之不死奚益: 不死는 不死之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郭象은 “실제로 죽음과 다를 것이 없다[實如死同].”라고 풀었다.

 

夫隨其成心而師之, 誰獨且無師乎? 奚必知代而心自取者有之? 愚者與有焉. 未成乎心而有是非, 是今日適越而昔至也. 是以無有爲有. 無有爲有, 雖有神禹, 且不能知, 吾獨且奈何哉!

무릇(夫) 그 성심을 따르면서(隨其成心而) 스승으로 삼으면(師之), 누가(誰) 유독(獨且) 스승이 없겠는가(無師乎)? 어찌(奚) 반드시(必) 법칙을 알아서(知代而) 마음이(心) 스스로(自) 취하는 사람에게만(取者) 이것이 있겠는가(有之)? 어리석은 사람에게도(愚者與) 있다(有焉). 마음에 이루어짐이 없는데도(未成乎心而) 시비를 <따지는 것이> 있다면(有是非), 이것은(是) 오늘(今日) 월나라에 갔는데(適越而) 어제 도착한 것이 된다(昔至也). 이것은(是) 있지 않은 것을(以無有) 있다고 하는 것이다(爲有). 있지 않은 것을(無有) 있다고 하면(爲有), 비록(雖) 신통한 우임금이 있더라도(有神禹), 또한(且) 알 수 없으니(不能知), 내가(吾) 홀로(獨且) 어찌하겠는가(奈何哉)!

 

* 隨其成心而師之: 郭象은 “마음이 충분히 일신의 작용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을 成心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成心을 스승으로 삼으면 모든 사람에게 스승이 있게 된다[夫心之足以制一身之用者 謂之成心 人自師其成心 則人各自有師矣].”라고 풀이하여 성심을 긍정적인 의미로 파악했다. 그러나 성심을 부정적인 관념으로 보고 “한쪽의 편견을 고집하는 것을 성심이라 한다[執一家之偏見者 謂之成心].”라고 본 주석도 있다(成玄英). 安東林, 오강남, 金谷治, 赤塚忠도 마찬가지인데, 成心을 부정적으로 보는 어느 주석에서는 《老子》 49장의 ‘聖人無常心’의 常心과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 以無有爲有: 無有를 有라고 함. 곧 있을 수 없는 일을 있다고 주장하는 억지 논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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