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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2-1] 나를 잊어버리는 경지 [망아지경(忘我之境)과 고목사회(枯木死灰)]

by चक्रम्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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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곽자기(南郭子綦)와 안성자유(顔成子游)는 모두 가공의 인물이다. '남곽南郭'은 성 남쪽에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성이고, '자기子綦'가 이름이다. '자유子游'는 공자의 제자인 '언언言偃'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 또한 '안성顔成'이란 '안성安城'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보면 스승인 '남곽자기'는 성 외곽에 사는 낮은 신분이고 제자인 '안성자유'는 학식있는 높은 신분으로 보인다. 이것도 세상의 잣대를 비뚤어 보이게 만들려는 장자의 교묘한 함정인지도 모르겠다.

 

南郭子綦隱几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 

남곽자기가(南郭子) 안석에 기대어(綦隱几而) 앉아 있다가(坐), 하늘을 우러러보며(仰天而) 한숨을 쉬는데(噓), 멍한 모습이(嗒焉) 자기 짝을 잃은 듯했다(似喪其耦). 

 

* 南郭子綦(남곽자기): 남곽의 곽은 ‘내성외곽(內城外郭)’의 곽으로 남곽은 성곽의 남쪽 지역을 말한다. 고대에는 내성에 주로 상층부 사람들이 살았고 외곽에는 주로 하층민이 모여 살았다. 자기(子綦)의 이름 중 기(綦)는 기(基‧紀)와 동음으로 사물의 근본, 우주의 본질을 의미한다. 또 성안 사람인 안성자유(顔成子游)와 상대되는 인물로 설정된 것을 보면 남곽자기는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도道의 근본을 체득한 사람이라는 寓意를 담아 설정한 인물로 추정된다(赤塚忠).

* 荅(답)焉似喪其耦: 는 에 ‘ ’라 했고 는 ‘몸과 정신이 짝이 된다(耦)’라고 했다. 는 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처럼 육체를 잃어버리는 자기 상실이 있고 반대로 정신을 잃어버리는 세속적인 의미의 자기상실이 있다.

 

顔成子游立侍乎前, 曰: “何居乎?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今之隱几者, 非昔之隱几者也?” 

안성자유가(顔成子游) 앞에서 모시고 서있다가(立侍乎前), 말하기를(曰): “어떻게 한 것인가요(何居乎)? 몸이(形) 진실로(固) 시든 나무처럼 될 수 있고(可使如槁木, 而) 마음이(心) 진실로(固) 타버린 재처럼 될 수 있는지요(可使如死灰乎)? 지금(今之) 안석에 기댄 사람이(隱几者), 전에(昔之) 안석에 기댄 사람이 아닌 것인가요(隱几者也)?” 

 

*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郭象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而를 順接을 나타내는 접속사로 보고 있지만 逆接으로 보아서 “육체는 고목처럼 정지시킬 수 있지만 정신도 불 꺼진 재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로 풀이할 수도 있다.

 

子綦曰: “偃, 不亦善乎而問之也!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汝聞人籟而未聞地籟, 汝聞地籟而不聞天籟夫!” 子游曰: “敢問其方.” 

자기가 말하길(子綦曰): “언아(偃), 또한(亦) 너의 질문이(而(問之) 좋지 않은가(善乎也)! 방금(今者) 나는(吾) 나를 잊었는데(喪我), 네가(汝) 그것을 알았느냐(知之乎)? 네가(汝) 인뢰를 들었지만(聞人籟而) 지뢰를 듣지 못했고(未聞地籟), 네가(汝) 지뢰를 들었지만(聞地籟而) 천뢰를 듣지 못했구나(不聞天籟夫)!”라고 했다. 자유가 말하길( 子游曰): “감히(敢) 그 방법을 묻습니다(問其方).”라고 했다. 

 

* 而問之也: 而는 2인칭으로 안성자유를 지칭한다. 而之問也가 倒置된 형태다.

* 人籟(인뢰):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 곧 인간이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韓元震은 “人籟, 地籟, 天籟의 籟는 소리이다. 인뢰는 사람이 부는 것이니 比竹의 소리가 그에 해당하고, 지뢰는 땅이 부는 것이니 뭇 구멍의 소리가 그에 해당하고 천뢰는 하늘이 부는 것이니 뭇사람들의 말이 그에 해당한다[人籟地籟天籟 籟聲也 人籟 人之所吹也 比竹之聲是也 地籟 地之所吹也 衆竅之聲是也 天籟 天之所吹也 衆口之言是也].”라고 풀이했다.

 

子綦曰: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怒號. 而獨不聞之翏翏乎? 山林之畏佳, 大木百圍之竅穴, 似鼻, 似口, 似耳, 似枅, 似圈, 似臼, 似洼者, 似汚者. 激者·謞者·叱者·吸者·叫者·譹者·宎者, 咬者, 前者唱于而隨者唱喁, 冷風則小和, 飄風則大和, 厲風濟則衆竅爲虛. 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 

자기가 말하길(子綦曰): “무릇(夫) 대지가(大塊) 기를 내뿜는데(噫氣), 그것이(其) 각기(名) 바람이 된다(爲風). 이것(바람)(是)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唯無作), 일어나면(作則) 모든 구멍이(萬竅) 세차게 울부짖는다(怒號). 너만(而) 홀로(獨) 바람 부는 소리를 듣지 못했느냐(不聞之翏翏乎)? 숲이 높고 험한데(山林之畏佳), 둘레가 백 리나 되는 큰 나무의(大木百圍之) 구멍이(竅穴),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술병 같고, 술잔 같고, 절구 같고, 연못 같고, 구덩이 같다(似鼻, 似口, 似耳, 似枅, 似圈, 似臼, 似洼者, 似汚者). 세차게 흐르는 소리(激者), 화살이 나는 소리(謞者), 꾸짖는 소리(叱者), 숨 쉬는 소리(吸者), 부르는 소리(叫者), 곡하는 소리(譹者), 개 짖는 소리(宎者),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데(咬者), 앞의 것(바람)이(前者) 웅웅 거리면(唱于而) 뒤따르는 것(바람)이(隨者) 웅웅 거리고(唱喁), 산들바람이 불면(冷風則) 작게 화답하고(小和), 회오리바람이 불면(飄風則) 크게 화답하고(大和), 세찬 바람이(厲風) 그치면(濟則) 많은 구멍이(衆竅) 비어서 고요해진다(爲虛). 너만(而) 홀로(獨) 그것이 크게 흔들리는 것과(之調調) 그것이 작게 흔들리는 것을(之刁刁) 보지 못했느냐(不見乎)?” 

 

* 大塊(대괴): 큰 덩어리. 지구(地球). 대지(大地). 하늘과 땅 사이의 대자연(大自然).

* 翏翏(료): 긴 바람 소리[長風之聲]. 휙휙 부는 바람 소리.

* 山林之畏隹(최): 높고 험한 산림 속. 畏隹는 嵔崔의 假借字(王先謙)로 높고 험한 모양을 나타낸다(馬敍倫).

* 前者唱于 而隨者唱喁: 앞선 바람이 ‘웅웅’하고 울면 뒤따르는 바람이 ‘윙윙’하고 화답함. 于와 喁는 모두 바람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다. 

* 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 而는 ‘너’의 뜻. 크게 흔들거리는 것을 調調, 작게 흔들거리는 것을 刁刁라 한다. 之는 둘 다 是, 此의 뜻. 다만 調調之刁刁의 之를 而와 같다고 보아 調調而刁刁로 읽는 주석(赤塚忠)도 있

 

子游曰: “地籟則衆竅是已, 人籟則比竹是已, 敢問天籟.” 

자유가 말하길(子游曰): “지뢰는(地籟則) 여러 구멍이 내는 소리이고(衆竅是已), 인뢰는(人籟則) 대나무 악기가 내는 소리인데(比竹是已), 감히(敢) 천뢰가 <무엇인지> 묻습니다(問天籟).” 

 

* 比竹(비죽): 생황, 퉁소 따위의 대나무로 만든 악기(樂器).

 

子綦曰: “夫吹萬不同, 而使其自己也. 咸其自取, 怒者其誰耶?”

자기가 말하길(子綦曰): “무릇(夫) 내뿜는 것이(吹) 여러 가지로(萬) 같지 않지만(不同, 而) 자기로부터 하도록 한다(使其自己也). 모두(咸) 그(其) 스스로 취하면(自取), 떨쳐 일으키는 것(소리 나게 하는 것)은(怒者) 그 누구겠는가(其誰耶)?”

 

* 使其自己也: 그 소리로 하여금 스스로 말미암게 함. 自는 ‘~로부터’, 己는 自己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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