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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5] 쓸모 없는 나무의 쓸모 [대이무용(大而無用)]

by चक्रम्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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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로 삼은 사물이 바뀌었을 뿐 이야기의 구조는 앞장과 비슷하다. 앞서 닷 섬 들이 커다란 박이 쓸모없다고 했던 혜시는 큰 나무를 비유로 들어 같은 이야기를 한다. 큰 나무가 크기만 할 뿐 쓸모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크기만 하고 쓸모가 없는 장자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고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대로 당하고 있을 장자가 아니다. 세상에서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살쾡이로 비유하면서 반격한다. 이놈들은 사냥을 잘하는 자기의 뛰어난 재능을 믿고 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 덫이나 그물에 걸려 죽고 만다는 것이다. 크기만 하고 가지들이 굽은 나무라면 “광막한 들판에 옮겨 심고 그 아래 그늘을 노닐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대꾸한다. 

 

惠子謂莊子曰: "吾有大樹, 人謂之樗. 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 立之塗, 匠者不顧. 今子之言, 大而無用, 衆所同去也."

혜자가(惠子) 장자에게 말하길(謂莊子曰): "나에게(吾) 큰 나무가 있는데(有大樹), 사람들이(人) 그것을 쓸모없는 나무라고 부른다(謂之樗). 그(其) 큰 줄기에는(大本) 작은 옹이가 많고(擁腫而) 먹줄을 맞추어 직선을 그리지 못하고(不中繩墨), 그(其) 작은 가지는(小枝) 꼬이고 구부려져(卷曲而) 곱자에 맞지 않고(不中規矩), 길가에 있는데도(立之塗), 목수가(匠者) 쳐다보지 않는다(不顧). 지금(今) 그대의 말이(子之言), 크지만 쓸모가 없으니(大而無用), 사람들이(衆) 똑같이 떠나는 것이다(所同去也)."

 

* 樗(저): 가죽나무. 成玄英은 “樗는 북나무, 옻나무 종류이다. 나무의 냄새를 맡으면 몹시 악취가 나는 惡木이다 [樗栲漆之類 嗅之甚臭 惡木者也].”라고 풀이했다. 재목으로 쓸모가 없는 나무라는 뜻이다.

* 擁腫(옹종): 나무에 울퉁불퉁한 혹이 많은 것.

* 不中繩墨: 승묵에 맞지 않음. 먹줄을 칠 수 없다는 뜻으로 繩墨(승묵)은 직선을 긋기 위한 먹줄을 말한다. 

* 不中規矩: 規는 圓을 만드는 도구, 矩는 네모꼴을 만드는 도구다. 동그라미나 네모꼴을 그릴 수가 없다는 뜻이다.

 

莊子曰: "子獨不見狸猩乎? 卑身而伏, 以候敖者. 東西跳梁, 不避高下. 中於機辟, 死於罔罟. 今夫牛, 其大若垂天之雲. 此能爲大矣, 而不能執鼠. 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於無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不夭斤斧, 物無害者, 無所可用, 安所困苦哉!"

장자가 말하길(莊子曰): "그대만(子) 홀로(獨) 살쾡이를 보지 못했는가(不見狸猩乎)? 몸을 낮추고(卑身而) 엎드렸다가(伏, 以) 놀러 나온 <작은 짐승을> 살핀다(候敖者). 이리저리(東西) 날뛰어 다니고(跳梁), 높고 낮은 곳을 피하지 않는다(不避高下). 덫에 걸리기도 하고(中於機辟), 그물에서 죽기도 한다(死於罔罟). 지금 저(今夫) 리우가(牛), 그 크기가(其大) 하늘의 구름이 내린 듯하다(若垂天之雲). 이것이(此) 크기는 하지만(能爲大矣, 而) 쥐 한 마리 잡지 못한다(不能執鼠). 지금(今) 그대에게(子) 큰 나무가 있지만(有大樹), 그 쓸 곳이 없다고 걱정하는데(患其無用), 어찌(何) 아무것도 없는 마을(無何有之鄕), 넓고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廣莫之野) 그것을 심고서(之), 그 옆에서(其側) 어슬렁 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彷徨乎無爲), 그 아래서(其下) 유유자적하며 눕지 않는가(逍遙乎寢臥). 도끼에 잘려 요절하지 않고(不夭斤斧), 무엇이라도(物) 해칠 것이 없으니(無害者), 쓸만한 것이 없음이(無所可用), 어찌(安) 근심거리가 되겠는가(所困苦哉)!"

 

* 子獨不見狸狌乎: 狸狌을 너구리[狸]와 살쾡이[狌]의 둘로 나누어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 候敖者: 나와 노는 작은 짐승들을 노림. 敖者는 《說文解字》에서 游로 풀이한 것에 의거하여, 나와 노는 짐승들로 해석할 수 있다. 

* 跳梁(도량):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

* 斄(리)牛: 털이 검고 꼬리가 긴 소. 티베트 高原産의 소의 일종이라고 한다.

* 何不: 어찌하여… 하지 아니하는가. 그러나 영어의 Why don´t you와 같은 용법으로 이해하여 ‘… 하는 것이 어떠한가’, ‘…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 彷徨(방황): 1. 방향(方向)이나 위치(位置)를 잘 몰라 이리저리 헤매는 것, 2. 삶의 분명(分明)한 목표(目標)를 정(定)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등(葛藤)을 겪거나 갈팡질팡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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