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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1-2] 이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언서지망(偃鼠之望)]

by चक्रम्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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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 요 임금과 허유가 주인공입니다. 요임금은 허유를 태양과 단비 같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허유가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허유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합니다. 뱁새가 집을 짓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생쥐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 뱁새나 생쥐 같은 존재인 자신은 천하 같은 큰 물건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堯讓天下於許由, 曰: "日月出矣, 而爝不息, 其於光也, 不亦難乎! 時雨降矣, 而猶浸灌, 其於澤也, 不亦勞乎! 夫子立, 而天下治, 而我猶尸之, 吾自視缺然. 請致天下."

요 임금이(堯) 천하를(天下) 허유에게 양보하여 말하길(於許由, 曰): "해와 달이(日月) 나왔는데도(出矣, 而) 횃불이 꺼지지 않는다면(爝不息), 그것이(其) 빛나는 것이(於光也), 또한 어려움이 있겠지요(不亦難乎)! 때맞춰(時) 비가 내리는데도(雨降矣, 而) 여전히(猶) 물을 대고 있다면(浸灌), 그것을(其) 적시는 것이(於澤也), 또한 헛수고가 아닐까요(不亦勞乎)! 무릇(夫) 선생님이 <제위에> 오르면(子立, 而) 천하가 다스려질 텐데(天下治, 而) 제가(我) 여전히(猶) 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尸之), 제가(吾) 스스로 보기에(自視) 모자란 듯합니다(缺然). 청컨대(請) 천하를 바치겠습니다(致天下)."

 

* 許由(허유): 전국시대 문헌에 그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한 중국 고대의 은자(隱者)다. 여기서는 요(堯)와 동시대의 사람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중국 은자게의 최고수라고 할 수 있다. 《中國의 隱者》라는 책(井波律子著)에서는 隱者의 연원으로 許由의 이름을 들고 있다. 〈천지, 天地〉편에는 또 허유(許由)를 요(堯)의 스승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堯之師曰許由 許由之師曰齧缺 齧缺之師曰王倪 王倪之師曰被衣].

* 時雨(시우): 때맞추어 단비가 내린다는 말이다. 時는 適時(timely)의 뜻이다. 계절에 따라 그 계절에 가장 알맞은 음식을 時食이라 하는 것과 같다.

* 我猶尸之: 尸는 主의 뜻으로 주인 노릇하다, 다스리다, 담당하다의 뜻이다.

* 缺然(결연): 결( 缺)은 만족해하지 않고 모자라게 여긴다라는 뜻이다.

 

許由曰: "子治天下, 天下旣已治也. 而我猶代子, 吾將爲名乎? 名者實之賓也. 吾將爲賓乎?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飮河, 不過滿腹. 歸休乎君, 予無所用天下爲! 庖人雖不治庖,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허유가 말하길(許由曰): "그대가(子) 천하를 다스리고(治天下), 천하가(天下) 이미 다스려졌다(旣已治也). 그런데(而) 내가 오히려 그대를 대신한다면(我猶代子), 내가 장차(吾將) 이름을 추구하는 것이 되는가(爲名乎)? 이름이란(名者) 실질의 손님이다(實之賓也). 내가 장차(吾將) 손님이 되는 것을 하겠는가(爲賓乎)? 뱁새가(鷦鷯) 깊은 숲에 집을 짓지만(巢於深林),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고(不過一枝). 두더지가 황하물을 마셔도(偃鼠飮河), 배를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不過滿腹). 돌아가 쉬세요 임금이시여(歸休乎君), 나에게는(予) 천하로 할 것이(所用天下爲) 없습니다(無)! 요리사가(庖人) 비록(雖) 주방을 다스리지 못해도(不治庖), 시축이(尸祝) 술통과 고기 접시를 넘어(越樽俎而) 그를 대신할 수 없다(代之矣)."

 

* 爲名은 천자라고 하는 이름을 추구하다, 이름 때문에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 偃鼠之望(언서지망): 쥐는 작은 동물(動物)이라서 강물을 마신대야 자기(自己) 배 하나 가득히 밖에 더 못 마신다.」는 뜻으로, 자기(自己) 정()한 분수(分數)가 있으니 안분(安分)하라는 말.

* 所用天下爲: 用은 以와 같다고 본다. '천하로 할 것'이란 뜻이다.

* 尸祝(시축): 시(尸)는 太廟 안의 神主(성현영), 축(祝)은 귀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陸德明)이다. 보통 尸라 할 때에는 제사 때 신위 자리에 대신 앉히는 어린 尸童을 말하고 祝이라 하면 제사 때 祝文 읽는 祭官을 의미한다. 여기서 尸祝은 神의 세계에 속하는 人間을 상징하는데 許由가 자신을 이에 비유한 것이다.

* 樽俎(준조): 제사(祭祀) 때에 술을 담는 준()과 고기를 담는 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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