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貢南游於楚, 反於晉,(자공남유어초 반어진) 過漢陰, 見一丈人方將爲圃畦,(과한음 견일장인방장위포휴) 鑿隧而入井, 抱甕而出灌, 搰搰然用力甚多而見功寡.(착수이정입 포옹이출관 골골연용력심다이견공과)
자공이(子貢) 남으로(南) 초나라에 갔다가(游於楚), 진나라에 돌아오면서(反於晉), 한음을 지나다가(過漢陰), 한 노인이(一丈人) 막(方) 밭일을 하려는 것을(將爲圃畦) 보았는데(見), 우물을 파고(鑿隧而) 우물에 들어가(入井), 독을 안고서(抱甕而) 나와(出) 물을 대는데(灌), 애써 힘쓰는 것은(搰搰然用力) 매우 많았지만(甚多而) 성과가 적은 것을 보았다(見功寡).
* 一丈人: 丈人은 연장자에 대한 존칭이다(方勇‧陸永品). 우리말 ‘어르신’에 해당한다.
* 方將爲圃畦: 圃와 畦는 모두 채마밭을 뜻하고 그중에서도 畦는 50畝 면적의 밭(《說文解字》)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모두 밭일을 의미한다.
* 搰搰은 애쓰는 모양이다. 成玄英은 “搰搰은 힘쓰는 모양이다[搰搰 用力貌].”라고 풀이했다. 見功寡는 효과를 봄이 적다는 뜻.
子貢曰: “有械於此, 一日浸百畦, 用力甚寡而見功多, 夫子不欲乎?”(유기어차 일일침백포 용력심과이견공다 부자불욕호) 爲圃者仰而視之曰: “奈何?”(위포자앙이시지왈 내하) 曰: “鑿木爲機, 後重前輕, 挈水若抽, 數如泆湯, 其名爲槹.”(착목위기 후중전경 설수약추 삭여일탕 기각위고) 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위포자분연작색이소왈) “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必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오문지오사 유기계자필유기사 유기사자필유기심) 機心存於胸中則純白不備, 純白不備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기심존어흉중즉순백불비 순백불비즉신생부정 신생부정자 도지소부재야) 吾非不知, 羞而不爲也.”(오비부지 수이불위야) 子貢瞞然慚, 俯而不對.(자공만연참 부이부대)
자공이 말하길(子貢曰): “여기에(於此) 기계가 있는데(有械), 하루면(一日) 백 포를 적실 수 있고(浸百畦), 힘쓰는 것은(用力) 매우 적지만(甚寡而) 공이 많음을 볼 수 있으니(見功多), 그대는(夫子) 바라지 않습니까(不欲乎)?”라고 했다.
밭을 만드는 사람이(爲圃者) 얼굴을 들어(仰而) 보며 말하길(視之曰): “어찌하는 것인가(奈何)?”라고 했다.
말하길(曰): “나무를 뚫어(鑿木) 기계를 만드는데(爲機), 뒤는 무겁고(後重) 앞은 가볍게 하고(前輕), 물을 끌어다가(挈水) 잡아당기는 것처럼 하면(若抽), 빠르기가(數) 마치 물이 끓는 듯하고(如泆湯), 그 이름은(其名) 두레박입니다(爲槹).”라고 했다.
밭일을 하던 사람이(爲圃者) 분연히(忿然) 얼굴빛을 고치고(作色而) 웃으며 말하길(笑曰): “내가(吾) 우리 스승에게 들었는데(聞之吾師), 기계를 가진 사람은(有機械者) 반드시(必) 기계의 일이 생기고(有機事), 기계의 일을 가진 사람은(有機事者) 반드시 기계의 마음이 생기고(必有機心), 가슴에(於胸中) 기계의 마음이 보존되면(機心存則) 순백함이 갖추어지지 않고(純白不備), 순백함이(純白) 갖추어지지 않으면(不備則) 신묘한 본성이(神生) 안정되지 못하고(不定), 신묘한 본성이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神生不定者), 도를 싫을 수 없다(道之所不載也). 내가(吾)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非不知), 부끄럽게 여겨(羞而) 쓰지 않는다(不爲也).”라고 했다.
자공이(子貢) 만연히 부끄러워하며(瞞然慚), 얼굴을 들지 못하고(俯而) 대답하지 못했다(不對).
* 挈水若抽: 挈은 끌다[提]는 뜻(王叔岷)이고 抽는 잡아당긴다는 뜻(李頤)이다.
* 數(삭)如泆湯: 數은 빠르다[疾]는 뜻(成玄英)이다. 李頤는 “빠르기가 마치 뜨거운 물이 끓어 넘치는 것과 같다[疾速如湯沸溢也].”라고 풀이했다. 數은 삭으로 읽고 泆은 일로 읽는다(陸德明).
有間, 爲圃者曰: “子奚爲者耶?(유간 위포자왈 자해위자야) 曰: “孔丘之徒也.”(공구지도야) 爲圃者曰: “子非夫博學以擬聖, 於于以蓋衆, 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위포자왈 자비부박학이의성 어우이개중 독현애가이매명성어천하자호) 汝方將忘汝神氣, 墮汝形骸, 而庶幾乎!(여방장망여신기 타여형해 이서기호) 而身之不能治, 而何暇治天下乎!(이신지불능치 이하가치천하호) 子往矣, 無乏吾事.”(자왕의 무핍오사)
잠시 뒤에(有間), 밭일하던 사람이 말하길(爲圃者曰): “당신은(子)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奚爲者耶)?”라고 했다.
말하길(曰): “공구의 무리입니다(孔丘之徒也).”라고 했다.
밭일하던 사람이 말하길(爲圃者曰): “그대는(子夫) 널리 배워서(博學以) 성인을 흉내 내고(擬聖), 허튼소리로(於于以) 백성을 혼란에 빠뜨리고(蓋衆), 홀로(獨) 거문고 타면서(弦) 슬프게 노래 부르며(哀歌以) 천하에서(於天下) 명성을 사려는 사람이 아닌가(非賣名聲者乎)? 그대는(汝) 바야흐로(方) 그대의 신기를 잊고(將忘汝神氣), 그대의 몸을 버린다면(墮汝形骸, 而) 도에 가까울 것이다(庶幾乎)! 너의 몸을(而身之) 다스리지 못하면서(不能治, 而) 어찌(何) 천하를 다스릴(治天下) 겨를이 있겠는가(暇乎)! 그대는 그만 가고(子往矣), 내 일을 방해하지 말라(無乏吾事).”라고 했다.
* 於于以蓋衆: 於于는 허튼소리로 司馬彪는 於于를 자랑하고 과장하는 모양[夸誕貌]으로 풀이했고, 馬其昶은 華誣와 같다고 했다. 蓋衆의 蓋는 덮는다는 뜻. 곧 민중을 위로부터 압도하여 혼란에 빠뜨린다는 뜻이다.
子貢卑陬失色, 頊頊然不自得, 行三十里而後愈.(자공비추실색 욱욱연부자득 행삼십리이후유)
자공이(子貢) 부끄러워하며(卑陬) 얼굴빛을 잃은 채로(失色), 정신을 못 차리고(頊頊然) 자신을 얻지 못한 모양으로(不自得), 30여 리를 가고 나서야(行三十里而後) 나아졌다(愈).
* 頊頊然不自得: 頊頊은 제정신을 못 차린다는 뜻이고 李頤는 “스스로를 잃어버린 모양[自失貌].”이라고 풀이했다.
其弟子曰: “向之人何爲者耶?(기제자왈 향지인하위자야) 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 終日不自反耶?”(부자하고견지변용실색 종일부자반야) 曰: “始吾以爲天下一人耳, 不知復有夫人也.(시오이위천하일인이 부지복유부인야) 吾聞之夫子: 事求可, 功求成, 用力少, 見功多者, 聖人之道.(오문지부자 사구가 공구성 용력소 견공다자 성인지도) 今徒不然, 執道者德全, 德全者形全, 形全者神全, 神全者, 聖人之道也.(금도불연 집도자덕전 덕전자형전 형전자신전 신전자 성인지도야) 托生與民幷行而不知其所之, 汒乎淳備哉!(탁생여민병행이부지기소지 망호순비재) 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공리기교필망부인지심) 若夫人者, 非其志不之, 非其心不爲.(약부인자 비기지부지 비기심불위) 雖以天下譽之, 得其所謂, 謷然不顧;(수이천하예지 득기소위 오연불고) 以天下非之, 失其所謂, 儻然不受.(이천하비지 실기소위 당연불수) 天下之非譽無益損焉, 是謂全德之人哉!(천하지비예무익손언 시위전덕지인재) 我之謂風波之民.”(아지위풍파지민)
그 제자가 말하길(其弟子曰): “아까 그 사람은(向之人) 어떤 사람인가요(何爲者耶)? 선생님은(夫子) 무슨 까닭으로(何故) 그를 보고(見之) 용모가 변하고(變容) 얼굴빛을 잃고서(失色), 종일토록(終日)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까(不自反耶)?”라고 했다.
말하길(曰): “처음에(始) 나는(吾) 천하에는 한 사람(공자) 일뿐이라고 여겼고(以爲天下一人耳), 다시(復) 저런 사람이 있는 것을(有夫人) 알지 못했다(不知也). 내가(吾) 선생님께 듣기로(聞之夫子): 일은(事) 잘 되기를 구하고(求可), 공은 이루어지기를 구하고(功求成), 힘을 쓰는 것은 적고(用力少), 공이 많은 것을 보는 것이(見功多者), 성인의 도라고 했다(聖人之道). 지금(今) 다만(徒) 그렇지 않다(不然). 도를 잡으면(執道者) 덕이 완전해지고(德全), 덕이 완전하면(德全者) 형이 완전해지고(形全), 형이 완전하면(形全者) 신이 완전해진다(神全). 신이 완전한 것은(神全者), 성인의 도다(聖人之道也). <자기> 삶을 맡기고(托生) 백성과 더불어(與民) 함께 가지만(幷行而)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不知其所之), 멍한 모습으로(汒乎) 순박함을 갖췄구나(淳備哉)! 공의 이익과(功利) 기교는(機巧) 반드시(必) 저 사람의 마음에서 잊혔을 것이다(忘夫人之心). 만약(若) 저런 사람이라면(夫人者), 그 뜻이 아니라면(非其志) 가지 않고(不之), 그 마음이 아니라면(非其心) 하지 않을 것이다(不爲). 비록(雖) 천하로(以天下) 그를 칭찬하고(譽之), 그 말한 것을 옳다고 해도(得其所謂), 거만하게(謷然) 돌아보지 않고(不顧); 천하로(以天下) 그를 비난하고(非之), 그 말한 것을 틀렸다 해도(失其所謂), 무심하게(儻然)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不受). 천하의(天下之) 비난과 칭찬에(非譽) 손익이 없으니(無益損焉), 이런 사람을(是) 덕을 온전하게 한 사람이라고 할만하다(謂全德之人哉)! 나는(我) 풍파에 흔들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之謂風波之民).”
* 雖以天下譽之 得其所謂 謷然不顧: 得은 得이라 한다는 것으로 즉, 옳다고 한다는 뜻이며 謷然은 거만하게 굴면서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으로 傲然와 같다. 郭象의 지적처럼 〈逍遙遊〉편에 나온 宋榮子와 같은 부류이다.
反於魯, 以告孔子.(반어노 이고공자) 孔子曰: “彼假修渾沌氏之術者也.(공자왈 피가수혼돈씨지술자야) 識其一, 不識其二; 治其內而不治其外.(식기일 불식기이 치기내이불치기외) 夫明白入素, 無爲復朴, 體性抱神, 以游世俗之間者, 汝將固驚耶?(부명백입소 무위복박 체성포신 이유세속지간자 여장고경야) 且渾沌氏之術, 予與汝何足以識之哉!”(차혼돈씨지술 여여여하족이식지재)
노나라에 돌아와(反於魯), 공자에게 알렸다(以告孔子).
공자가 말하길(孔子曰): “저 사람은(彼) 혼돈씨의 설을(渾沌氏之術) 잘못 닦은 사람이다(假修者也). 그 하나를 알지만(識其一), 그 둘을 모르고(不識其二); 그 안을 다스릴 수 있지만(治其內而) 그 밖을 다스릴 수 없다(不治其外). 명백하게(夫明白) 소박한 곳에 들어가고(入素), 무위로(無爲) 순박함에 돌아가서(復朴), 성을 체득하고(體性) 신을 끌어안고(抱神, 以) 세속 사이에 노니는 사람이라면(游世俗之間者), 네가(汝) 진실로 놀라겠느냐(將固驚耶)? 또(且) 혼돈씨의 술을(渾沌氏之術), 나와 네가(予與汝) 어찌(何) 알 수 있겠느냐(足以識之哉)!”라고 했다.
* 假修渾沌氏之術者也: 여기서 假는 郭象 注‧成玄英 疏와 呂惠卿이나 朱得之 등의 說에 따라 眞假의 假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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