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子曰: “夫道, 淵乎其居也, 漻乎其淸也.(부자왈 부도 연호기거야 료호기청야) 金石不得無以鳴, 故金石有聲, 不考不鳴.(금석부득무이명 고금석유성 불고불명) 萬物孰能定之!(만물숙능정지)
부자가 말하길(夫子曰): “무릇 도란(夫道), 연못처럼(淵乎) 그 머무는 것이 <고요하고>(其居也), 맑은 물처럼(漻乎) 그것이 깨끗하다(其淸也). 쇠와 돌은(金石) 얻지 못하면(不得) 소리 낼 수 없고(無以鳴), 그러므로(故) 쇠와 돌에(金石) 소리가 있더라도(有聲), 두드리지 않으면(不考) 소리 낼 수 없다(不鳴). 만물 가운데(萬物) 누가(孰) 그것을 정할 수 있겠는가(能定之)!
* 不考不鳴: 考는 ‘두드리다’의 뜻이다. 成玄英은 “考는 擊이다[考 擊也].”라고 풀이했다.
夫王德之人, 素逝而恥通於事, 立之本原而知通於神, 故其德廣.(고왕덕지인 소서이치통어사 입지본원이지토어신 고기덕광) 其心之出, 有物採之. 故形非道不生, 生非德不明.(기심지출 유물채지 고형비도불생 생비덕불명)
무릇(夫) 왕의 덕을 갖춘(王德之) 사람은(人), 본래(素) <변화를> 따라가서(逝而) <세속의> 일에(於事) 능통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恥通), 그 근본을 세워(立之本原而) 지가(知) 신에 통하고(通於神), 그러므로(故) 그 덕이(其德) 넓다(廣). 그 마음이(其心之) 드러날 때(出), 만물이 구하는 것이(物採之) 있다(有). 그러므로(故) 형체는(形) 도가 아니면(非道) 생기지 않고(不生), 나온 것은(生) 덕이 아니면(非德) 밝아지지 못한다(不明).
* 素逝: 素는 소박하다는 뜻으로 無爲自然의 道를 형용한 것이고 逝는 간다, 만물의 변화에 따라간다는 뜻이다. 〈山木〉편의 ‘與之偕逝’ ‘體逝’의 逝와 같을 것이다(蘇輿, 池田知久). 成玄英도 “素는 眞이고 逝는 감이다[素 眞也 逝 往也].”라고 풀이했다.
存形窮生, 立德明道, 非王德者邪!(존형궁생 입덕명도 비왕덕자야) 蕩蕩乎!(탕탕호) 忽然出, 勃然動, 而萬物從之乎!(홀연출 발연동 이만물종지호) 此謂王德之人.(차위왕덕지인)
형체 있는 것을 있도록 하고(存形) 삶을 끝가지 하도록 하고(窮生), 덕을 세워(立德) 도를 밝히는 사람이(明道), 왕의 덕을 가진 사람이 아니겠는가(非王德者邪)! 넓구나(蕩蕩乎)! 홀연히 나와서(忽然出), 느닷없이 움직이고(勃然動, 而) 만물일 따른다(萬物從之乎)! 이것을(此) 왕덕지인이라고 한다(謂王德之人).
視乎冥冥, 聽乎無聲.(시호명명 청호무성) 冥冥之中, 獨見曉焉;(명명지중 독견효언) 無聲之中, 獨聞和焉.(무성지중 독문화언) 故深之又深而能物焉; 神之又神而能精焉.(고심지우심이능물언 신지우신이능정언)
어둡고 그윽한 곳에서(乎冥冥) 보고(視), 소리 없는 가운데서 듣는다(聽乎無聲). 어둡고 그윽한 가운데서(冥冥之中), 홀로(獨) 밝은 빛(새벽빛)을 보고(見曉焉); 소리 없는 가운데서(無聲之中), 홀로(獨) 화음을 듣는다(聞和焉). 그러므로(故) 깊이 하고(深之) 또 깊이 해서(又深而) 만물답게 할 수 있고(能物焉); 신묘하게 하고(神之) 또 신묘하게 해서(又神而) 정밀하게 할 수 있다(能精焉).
* 冥冥(명명): 드러나지 않고 으슥함. 아득하고 그윽함. 나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모양(模樣).
故其與萬物接也, 至無而供其求, 時騁而要其宿, 大小·長短·修遠.”(고기여만물접야 지무이공기구 시빙이요기숙 대소장단수원)
그러므로(故) 그(其) 만물과 더불어(與萬物) 접하는 것은(接也), 지극히 무이면서도(至無而) 그 요구하는 것을 공급하고(供其求), 때대로(時) 말을 타고 달리면서도(騁而) 그 잘 곳을 구하는 것이니(要其宿), 대소와 장단에 맞춰(大小·長短) 영원한 곳에 이른다(修遠).”
* 時騁而要其宿: 要는 구한다, 찾다의 뜻이다. 王叔岷은 要가 會의 뜻으로 쓰이는 용례를 들면서 ‘要其宿’을 “돌아갈 곳으로 모인다[會其歸].”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는데 본래 郭象이 “궁극처로 모이게 할 따름이다[會其所極而已].”라고 한 주석에서 착안한 것으로 참고할 만하나, 宿은 만물이 머무르는 곳(赤塚忠)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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