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瞿問於老聃曰: “不治天下, 安藏人心?”(최구문어노담왈 불치천하 안장인심) 老聃曰: “女愼, 無攖人心.(노담왈 여신무영인심) 人心排下而進上, 上下囚殺,(인심배하이진상 상하인살) 淖約柔乎剛强, 廉劌雕琢, 其熱焦火, 其寒凝冰, 其疾俯仰之間而再撫四海之外.(조약유호강강 염귀조탁 기열초화 기한응빙 기질부앙지간이재무사해지외) 其居也, 淵而靜; 其動也, 縣而天.(기거야 연이정 기동야 현이천) 僨驕而不可系者, 其唯人心乎!(분교이불가계자 기유인심호)
최구가(崔瞿) 노담에게 묻기를(問於老聃曰): “천하를 다스리지 않으면(不治天下), 사람의 마음을(人心) 어찌(安) 착하게 할 수 있나요(藏)?”라고 했다.
노담이 말하길(老聃曰): “너의 삼감으로(女愼), 사람의 마음을(人心) 어지럽히지 말아라(無攖). 사람의 마음은(人心) <남을> 아래로 밀쳐내고(排下而) <자신이> 위로 가려고 하니(進上), 상하가(上下) 가두어 죽이려 하고(囚殺), 나긋나긋하게(淖約)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柔乎剛强), 모질게 쪼개서(廉劌) 새기고 쪼아대니(雕琢), 그 열이(其熱) 불태우는 듯하고(焦火), 그 차가움이(其寒) 얼리는 듯하고(凝冰), 그 빠르기가(其疾) <고개를> 들고 숙이는 사이에(俯仰之間而) 사해의 바깥을(四海之外) 두 번이나 돈다(再撫). 그 머무는 것은(其居也), 연못처럼(淵而) 고요하고(靜); 그 움직이는 것은(其動也), 하늘에 걸린 듯하다(縣而天). 세찬 기세로 제멋대로 해서(僨驕而) 매달 수 없는 것이(不可系者), 그 오직(其唯) 사람의 마음이다(人心乎)!
* 上下囚殺: 囚殺은 구속시켜 죽인다는 뜻이다. 陸德明은 “囚殺은 만물을 가두어 죽임을 말함이다[囚殺 言囚殺萬物也].”라고 풀이했다.
* 廉劌彫琢: 廉은 王先謙에 의거, 모질다는 뜻인 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馬叙倫은 《說文解字》에서 剡은 예리함이다[剡 銳利也]라고 한 풀이를 따라 剡의 假借字라고 했는데 참고할 만하다.
* 其居也 淵而靜 其動也 縣而天: 武延緖는 郭象 注의 해석과 押韻을 근거로 삼아 淵而靜은 靜而淵의 잘못이고 而는 如의 뜻으로 보았는데 奚侗과 高亨도 거의 같은 견해이다.
昔者黃帝始以仁義攖人之心, 堯·舜於是乎股無胈, 脛無毛, 以養天下之形.(석자황제시이인의영인지심 요순어시호고무발 경무모 이양천하지형) 愁其五藏以爲仁義, 矜其血氣以規法度.(수기오장이위인의 긍기혈기이규법도)
옛날(昔者) 황제가(黃帝) 처음(始) 인의로(以仁義)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고(攖人之心), 요와 순이(堯·舜) 이에(於是) 넓적다리에(乎股) 털이 없고(無胈), 정강이에 털이 없을 <정도로 일해서>(脛無毛, 以) 천하의 형을 길렀다(養天下之形). 그 오장을 근심스럽게 하고(온몸을 수고롭게 해서)(愁其五藏以爲仁義), 그 혈기를 괴롭게 해서(矜其血氣以) 법도를 만들었다(規法度).
然猶有不勝也.(연유유불승야) 堯於是放讙兜於崇山, 投三苗於三峗, 流共工於幽都, 此不勝天下也.(요어시방환도어숭산 투삼묘어삼위 류공공어유도 차불승천하야) 夫施及三王而天下大駭矣.(부시급삼왕이천하대해의) 下有桀·跖, 上有曾·史, 而儒墨畢起.(하유걸척 상유증사 이유묵필기)
그러나(然) 오히려(猶) 이기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有不勝也). 요가(堯) 이에(於是) 환도를(讙兜) 숭산으로(於崇山) 추방하고(放), 삼묘를(三苗) 삼위에 던지고(投於三峗), 공공을(共工) 유도에 유배 보낸 것은(流於幽都), 이것은(此) 천하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不勝天下也). 무릇(夫) 시행하는 것이(施) 삼왕에 이르러(及三王而) 천하가(天下) 크게 혼란스러워졌다(大駭矣). 아래로(下) 걸왕과 도척이 있고(有桀·跖), 위로(上) 증자와 사추가 있으며(有曾·史, 而) 유가와 묵가가(儒墨) 모두 일어났다(畢起).
於是乎喜怒相疑, 愚知相欺, 善否相非, 誕信相譏, 而天下衰矣;(어시호희노상의 우지상기 선불상비 탄신상기 이천하쇠의) 大德不同, 而性命爛漫矣;(대덕부동 이성명난만의) 天下好知, 而百姓求竭矣.(천하호지 이백성구갈의)
이에(於是乎)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사람이(喜怒) 서로 의심하고(相疑),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이(愚知) 서로 속이고(相欺),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善否) 서로 비난하고(相非), 거짓말하는 사람과 믿음직한 사람이(誕信) 서로 비난하여(相譏, 而) 천하가 쇠약해지고(天下衰矣); 큰 덕이(大德) 같지 않아서(不同, 而) 성명이(性命) 어지러워지고(爛漫矣); 천하가 지혜를 좋아하여(天下好知, 而) 백성이(百姓) 끝까지 구했다(求竭矣).
* 爛漫(난만): (꽃이 만발(滿發)하여) 한창滿發 볼 만하게 탐스러움, (의견(意見)을 주고받음이) 미흡(未洽) 한未洽 데가 없이 충분(充分)함.
* 天下好知 而百姓求竭矣: 郭象이 “지식을 끝없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 요구에 맞출 수가 없다[知無涯而好之 故無以供其求].”라고 풀이한 것이 간명하다.
於是乎釿鋸制焉, 繩墨殺焉, 椎鑿決焉.(어시호근거제언 승묵살언 치착결언) 天下脊脊大亂, 罪在攖人心.(천하척척대란 죄재영인심) 故賢者伏處大山嵁巖之下, 而萬乘之君憂栗乎廟堂之上.(고현자복처대산감암지하 이만승지군우률호묘당지상)
이에(於是乎) 자귀나 톱으로(釿鋸) 자르고(制焉), 새끼줄이나 밧줄로 묶어 죽이고(繩墨殺焉), 쇠뭉치와 끌로 결단 내게 되었다(椎鑿決焉). 천하가(天下) 어지러이(脊脊) 크게 혼란스러워졌으니(大亂), 죄는(罪)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다(在攖人心). 그러므로(故) 현자는(賢者) 큰 산의(大山) 험한 바위 아래(嵁巖之下) 엎드려 살고(伏處, 而) 만승지군은(萬乘之君) 권력 위에서(乎廟堂之上) 두려워 떤다(憂栗).
* 釿鋸制焉: 釿은 자귀로 斤과 같다. 《經典釋文》에는 “음은 근이고 본래 斤으로 쓰기도 한다[音斤 本亦作斤].”라고 풀이하고 있다. 制는 베고 자르다는 뜻이다. 釿鋸制焉은 곧 자귀나 톱으로 베고 자르는 형벌이 加해짐을 말한다.
* 脊脊大亂: 脊脊은 어지럽게 깔아뭉갠 모양으로 狼藉와 같은 뜻이다.
今世殊死者相枕也, 桁楊者相推也, 形戮者相望也, 而儒墨乃始離跂攘臂乎桎梏之間.(금세수사자상침야 항양자상추야 형륙자상망야 이유묵내시이기양비호질곡지간) 意, 甚矣哉!(의심의재) 其無愧而不知恥也甚矣!(기무괴이부지치야심의)
지금 세상에(今世) 사형당해 죽은 사람이(殊死者) 서로 베개 삼아 누웠고(相枕也), 수갑 찬 사람이(桁楊者) 서로 밀치고(相推也), 형륙당한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形戮者相望也, 而) 유가와 묵가가(儒墨) 곧(乃始) 수갑 찬 사람 사이에서( 桎梏之間) 뛰어다니며(離跂) 팔을 걷어붙이고 뽐낸다(攘臂乎). 아(意), 심하구나(甚矣哉)! 그(其) 부끄러움 없이(無愧而) 수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不知恥也) 심하다(甚矣)!
* 殊死(수사): 목을 베어 죽임, 어떤 뜻을 이루기 위(爲)하여 죽음을 각오(覺悟)함.
* 桁楊(형양): (옛날의) 형구(刑具)의 한 가지. 목에 씌우는 칼과 발에 채우는 차꼬.
* 離跂攘臂: 離跂는 뛰어다니는 모양, 攘臂는 팔을 걷어붙이며 뽐내는 모양이다.
吾未知聖知之不爲桁楊椄槢也, 仁義之不爲桎梏鑿枘也, 焉知曾·史之不爲桀·跖嚆矢也!(오미지성지지불위항양접습야 인의지불위질곡착예 언지증사지불위걸척효시야) 故曰: 絶聖棄知, 而天下大治.(고왈 절성기지 이천하대치)
나는(吾) 성과 지가(聖知之) 칼과 차꼬, 쐐기가 되지 않고(不爲桁楊椄槢也), 인의가(仁義之) 질곡을 채우는 자물쇠가 되지 않는 것을(不爲桎梏鑿枘也) 알지 못하니(未知), 어찌(焉) 증삼과 사추가(曾·史之) 걸왕과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는다고(不爲桀·跖嚆矢) 알겠는가(知也)!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성을 끊고(絶聖) 지를 버리면(棄知, 而) 천하가(天下) 크게 다스려진다(大治).
* 不爲桁楊椄槢也: 椄槢은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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