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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장자(莊子) 외편(外篇) 재유(在宥) 11-1] 재유천하(在宥天下) / 천하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by चक्रम्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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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在宥天下, 不聞治天下也.(문재유천하 불문치천하야) 在之也者, 恐天下之淫其性也;(재지야자 공천하지음기성야) 宥之也者, 恐天下之遷其德也.(유지야자 공천하지천기덕야) 天下不淫其性, 不遷其德, 有治天下者哉?(천하불음기성 불천기덕 유치천하자재)

천하를(天下) 그대로 둔다는 것은(在宥) 들어봤지만(聞),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治天下) 듣지 못했다(不聞也). 그대로 두는 것은(在之也者), 천하가(天下之) 그 본성을 어지럽힐까(淫其性) 걱정해서이고(也); 놓아두는 것은(宥之也者), 천하가 그 덕을 옮길까 걱정해서이다(恐天下之遷其德也). 천하가(天下) 그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고(不淫其性), 그 덕을 옮기지 않으면(不遷其德),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治天下者) 있겠는가(哉)? 

 

* 在宥天下: 在는 成玄英이 “在는 있는 그대로를 따르는 것이다[在自在也].”라고 한 풀이를 따라 “있는 그대로 놔둔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宥도 같은 뜻이다.

 

昔堯之治天下也, 使天下欣欣焉人樂其性, 是不恬也;(석요지치천하야 사천하흔흔언인락기성) 桀之治天下也, 使天下瘁瘁焉人苦其性, 是不愉也.(걸지치천하야 사천하췌췌언고기성 시불유야) 夫不恬不愉, 非德也;(부불괄불유 비덕야) 非德也而可長久者, 天下無之.(비덕야이가장구자 천하무지)

옛날(昔) 요임금이(堯之) 천하를 다스릴 때(治天下也),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使天下) 기뻐하면서(欣欣焉) 사람들이(人) 그 본성을 즐기도록 했으니(樂其性), 이것은(是) 편안한 것이 아니고(不恬也); 걸왕이(桀之) 천하를 다스릴 때(治天下也),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使天下) 고달프게(瘁瘁焉) 사람들이(人) 그 본성을 괴롭게 했으니(苦其性), 이것은(是) 즐겁게 한 것이 아니다(不愉也). 무릇(夫) 편안하게 하지 않고(不恬) 즐겁게 하지 않은 것은(不愉), 덕이 아니고(非德也); 덕이 아니면서(非德也而) 오래갈 수 있는 것은(可長久者), 천하에(天下) 없다(無之). 

 

* 使天下欣欣焉 人樂其性: ‘使天下之人 欣欣焉 樂其性’이 도치된 표현이다. 馬叙倫은 天下 아래에 人자가 있는 引用을 소개하고 있고 劉文典은 그것을 衍文으로 보았는데 人자가 두 번 들어간 인용문은 도치된 문장을 필사하다 생긴 오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또 人樂其性의 人을 굳이 해석한다면 ‘사람마다’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人大喜邪, 毗於陽;(인대희야 비어양) 大怒邪, 毗於陰.(대노야 비어음) 陰陽幷毗, 四時不至, 寒暑之和不成, 其反傷人之形乎!(음양병비 사시부지 한서지화불성 기반상인지형호) 使人喜怒失位, 居處無常, 思慮不自得, 中道不成章.(사인희노실위 거처무상 사려부자득 중도불성장) 於是乎天下始喬詰卓鷙, 而後有盜跖·曾·史之行.(어시호천하교힐탁지 이후유도척증사지행)

사람들이(人) 크게 기뻐하는 것은(大喜邪), 양기에 해가 되고(毗於陽); 크게 화내는 것은(大怒邪), 음기에 해가 된다(毗於陰). 음과 양이(陰陽) 함께(幷) 손상되면(毗), 사계절이(四時) 이르지 못하고(不至), 추위와 더위의 조화가(寒暑之和) 이루어지지 않아(不成), 그(其) 도리어(反) 사람의 몸을 상하게 한다(傷人之形乎)! 사람들로 하여금(使人) 기뻐하고 노여워하여(喜怒) <제대로 된> 자리를 잃도록 하고(失位), 머무는 곳에(居處) 항상 그러함이 없도록 하고(無常), 생각함이(思慮) 스스로 얻지 못하도록 하면(不自得), 중도가(中道) 아름다움을 이루지 못한다(不成章). 이에( 於是) 천하 사람들이(乎天下) 비로소(始) 남을 탓하고(喬詰) 사납게 굴고 나서야(卓鷙, 而後) 도척과 증자, 사추의 행실이 있게 되었다(有盜跖·曾·史之行).

 

* 人大喜邪(야) 毗於陽: 武延緖는 人자를 夫자가 잘못된 것이라 했는데 일리가 있으나 그대로 둔다. 毗자에 대해서는 ‘도와준다’는 뜻으로 보는 견해와 ‘손상시킨다’는 뜻으로 보는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 喬詰卓鷙: 喬, 詰, 卓, 鷙 네 글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주석가마다 이설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喬詰은 고압적인 태도로 남을 책망하는 태도를 뜻하고 卓鷙는 孤高함을 뽐내면서 남을 업신여기거나 남에게 사납게 구는 모양으로 풀이한다.

 

故擧天下以賞其善者不足, 擧天下以罰其惡者不給.(고거천하이상기선자부족 거천하이벌기악자불급) 故天下之大不足以賞罰.(고천하지대부족이상벌) 自三代以下者, 匈匈焉終以賞罰爲事, 彼何暇安其性命之情哉!(자삼대이하자 휴흉언종이상벌위사 피하가안기성명지정재)

그러므로(故) 천하를 들어(擧天下以) 그 선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도(賞其善者) 부족하고(不足), 천하를 들어(擧天下以) 그 악한 사람을 벌하는 것도(罰其惡者) 부족하다(不給). 그러므로(故) 천하의 큰 것으로도(天下之大) 상주고 벌 주기에 부족하다(不足以賞罰). 삼대로부터 그 뒤의 사람들이(自三代以下者), 시끄럽게 굴면서(匈匈焉) 끝내(終) 상과 벌로(以賞罰) 일을 삼았으니(爲事), 저들이(彼) 어느 겨를에(何暇) 그 성명의 정을(其性命之情) 편안히 했겠는가(哉)!

 

* 擧天下 以賞其善者 不足 擧天下 以罰其惡者 不給: 不足의 足과 不給의 給은 같은 뜻이다.

* 匈匈焉終以賞罰爲事: 成玄英은 匈匈을 “시끄럽게 떠들어 댐이니 앞다투어 쫓아감을 말함이다[讙譁也 競逐之謂也].”라고 풀이했다.

 

而且說明邪, 是淫於色也; 說聰邪, 是淫於聲也; 說仁邪, 是亂於德也; 說義邪, 是悖於理也; 說禮邪, 是相於技也; 說樂邪, 是相於淫也; 說聖邪, 是相於藝也; 說知邪, 是相於疵也.

또한(而且) 눈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은(說明邪), 이것은(是) 색에 어지럽혀지고(淫於色也); 귀 밝음을 좋아하는 것은(說聰邪), 이것은 소리에 어지럽혀지고(是淫於聲也); 인을 좋아하는 것은(說仁邪), 이것은 덕을 어지럽히는 것이고(是亂於德也); 의를 좋아하는 것은(說義邪), 이것은 도리를 어긋나게 하는 것이고(是悖於理也); 예를 좋아하는 것은(說禮邪), 이것은 기교를 조장하는 것이고(是相於技也); 악을 좋아하는 것은(說樂邪), 이것은 넘침을 조장하는 것이고(是相於淫也); 성을 좋아하는 것은(說聖邪), 이것은 재주를 조장하는 것이고(是相於藝也); 지를 좋아하는 것은(說知邪), 이것은 헐뜯음을 조장하는 것이다(是相於疵也).

 

* 而且說(열)明邪(야): 而且는 그런데, 또한, 뿐만 아니라의 뜻이고, 說은 기뻐하다는 뜻으로 열로 읽는다.

* 是相於技也: 相은 돕는다는 뜻으로 郭象, 林希逸 모두 돕는다[助也]는 뜻으로 풀이했다.

 

天下將安其性命之情, 之八者, 存可也, 亡可也. 天下將不安其性命之情, 之八者, 乃始臠卷傖囊而亂天下也. 而天下乃始尊之惜之. 甚矣, 天下之惑也! 豈直過也而去之邪! 乃齊戒以言之, 跪坐以進之, 鼓歌以儛之. 吾若是何哉!

천하가(天下) 장차(將) 그 성명의 정을(其性命之情) 편안히 할 수 있다면(安), 이 여덟 가지는(之八者), 있어도(存) 괜찮고(可也), 없어도 괜찮다(亡可也). 천하가(天下) 장차(將) 그 성명의 정을 편안히 할 수 없다면(不安其性命之情), 이 여덟 가지는(之八者), 곧(乃) 비로소(始) 얽혀서(臠卷傖囊而) 천하를 어지럽힌다(亂天下也). 그런데도(而) 천하가(天下) 곧(乃) 비로소(始) 그것을 높이고(尊之) 안타깝게 여기니(惜之), 심하구나(甚矣), 천하가 미혹한 것이(天下之惑也)! 어찌(豈) 다만(直) 지나다가(過也而) 그것을 버리겠는가(去之邪)! 이에(乃) 재계하여(齊戒以) 그것을 말하고(言之), 꿇어앉아(跪坐以) 올리고(進之), 북 치고 노래하며(鼓歌以) 춤춘다(儛之). 내가(吾) 이와 같은 것을(若是) 어찌하겠는가(何哉)!

故君子不得已而臨蒞天下, 莫若無爲.(고군자부득이이임이천하 막약무위) 無爲也, 而後安其性命之情.(무위야 이후안기성명지정) 故貴以身於爲天下, 則可以托天下;(고책이신어위천하 즉가이탁천하) 愛以身於爲天下, 則可以寄天下.(애이신어위천하 즉가이기천하)

그러므로(故) 군자는(君子) 어쩔 수 없이(不得已而) 천하에 임하지만(臨蒞天下), 무엇도(莫) 무위만한 것이 없다(若無爲). 무위하고 나서야(無爲也, 而後) 그 성명의 정을 편안히 할 수 있다(安其性命之情). 그러므로(故) 자신을(以身)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於爲天下) 귀하게 여긴다면(, 則) 천하를 맡길 수 있고(可以托天下); 자기 몸을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아낀다면(愛以身於爲天下, 則) 천하를 맡길 수 있다(可以寄天下). 

 

* 故貴以身於爲天下 則可以託天下: 《老子》 제13장에 “그러므로 자기 몸을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중시하면 곧[若] 이런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 몸을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아끼면 곧[若] 이런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라고 한 내용과 같다. 《淮南子》 〈道應訓〉에도 “그 때문에 노자가 이렇게 말했다. 자기 몸을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중시하면 이에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 몸을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아끼면 이에 천하를 맡길 수 있다[故老子曰 貴以身爲天下 焉可以託天下 愛以身爲天下 焉可以寄天下矣].”라고 한 내용이 있다.

 

故君子苟能無解其五藏, 無擢其聰明, 屍居而龍見, 淵黙而雷聲, 神動而天隨, 從容無爲而萬物炊累焉.(고군자구능무해기오장 무탁기총명 시거이용견 연묵이뇌성 신동이천수 종용무위이만물취루언) 吾又何暇治天下哉!(오우하가치천하재)

그러므로(故) 군자는(君子) 진실로(苟) 그 오장을 해부하지 않고(能無解其五藏), 그 총명을 꺼내지 않을 수 있다면(無擢其聰明), 가만히 앉아서(屍居而) 용이 드러나게 하고(龍見), 연못처럼 침묵하지만(淵黙而) 우레 소리가 나도록 하고(雷聲), 정신이 움직이면(神動而) 하늘이 따르고(天隨), 조용히(從容) 하는 일 없지만(無爲而) 만물이 생육한다(萬物炊累焉). 내가(吾) 또(又) 어느 겨를에(何暇) 천하를 다스리겠는가(治天下哉)!

 

* 尸居而龍見: 尸居는 가만히 앉아서 봉록만 받아먹는다는 뜻인 尸祿, 하는 일 없이 관직만 차지한다는 뜻인 尸官, 자리만 차지하고 공밥 먹는다는 뜻인 尸位素餐의 예와 같이 쓰인다. 龍見은 날개 없이 날 수 있는 용처럼 자유롭게 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 從容無爲而萬物炊累焉: 從容은 陳景元의 풀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自在貌]’을 뜻하는데 〈中庸〉에 나오는 從容中道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무위와 같은 뜻이다. 炊累에 대해서는 諸說이 분분하지만 여기서는 羅勉道가 “만물이 모두 내가 생육하는 가운데 모여서 마치 기가 쌓여서 성숙됨과 같음을 말한 것[謂萬物皆囿吾生育之中 如炊氣積累而熟].”이라 풀이한 것을 따라 생육의 의미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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