將爲胠篋·探囊·發匱之盜而爲守備,(장위거협탐낭발궤지도이위수비) 則必攝緘·縢, 固扃·鐍, 此世俗之所謂知也. (즉필섭감등 고경휼 차세속지소위지야) 然而巨盜至, 則負匱·揭篋·擔囊而趨, 唯恐緘·縢·扃·鐍之不固也.(연이거도지 즉부궤걸협담낭이추 유공섬감경휼지불고야)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연즉향지소위지자 불내위대도적자야)
작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뜯는 도둑을(胠篋·探囊·發匱之盜) 장차 염려해서(將爲而) 지키고 방비하려면(爲守備, 則) 반드시(必) 끈이나 줄로 잡아매고(攝緘·縢), 빗장과 걸쇠를 단단히 해야 하니(固扃·鐍), 이것은(此) 세속에서(世俗之) 이른바(所謂) 지혜다(知也). 그렇지만(然而) 큰 도둑이(巨盜) 오면(至, 則) 궤짝을 지고(負匱), 상자를 들고(揭篋), 주머니를 메고(擔囊而) 달려야 하니(趨), 오직(唯) 끈과 빗장이(緘·縢·扃·鐍之) 튼튼하지 못할 것을(不固) 염려하는 것이다(恐也). 그렇다면(然則) 앞서(鄕之) 이른바(所謂) 지혜란 것은(知者), 결국 큰 도둑을 돕는 것이 아니겠는가(不乃爲大盜積者也)?
* 將爲: 爲는 ‘때문에’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도둑질당할 것을 염려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 探囊發匱: 探은 손으로 더듬는 동작을 나타내는데 여기서는 ‘뒤지다’는 뜻이다. 囊은 주머니, 發은 열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뜯다’는 뜻으로 쓰였다. 匱는 궤짝으로 나무 상자다.
* 不乃爲大盜積者也: 不乃는 無乃와 같고 무내는 無와 같다. 뒤의 의문사 也와 함께 “~한 것이 아니겠는가.”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論語》의 無乃大簡乎(雍也), 無乃爲佞乎(憲問), 無乃爾是過與(季氏)의 “無乃~乎‧與”와 같은 구문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積은 ‘미리 준비하다’의 뜻으로 결국 ‘도와주다’의 뜻이다.
故嘗試論之, 世俗之所謂知者, 有不爲大盜積者乎?(고상시론지 세속지소위지자 유불위대도적자호) 所謂聖者, 有不爲大盜守者乎? 何以知其然邪?(소위성자 유불위대도수자호 하이지기연야)
그러므로(故) 시험 삼아(嘗試) 말해본다면(論之), 세속에서(世俗之) 이른바(所謂) 지혜란(知者), 큰 도둑을 도와주는 것이(大盜積者) 아닌 것이 있는가(有不爲乎)? 이른바(所謂) 성인이란(聖者), 큰 도둑을 지켜주지 않는 것이 있는가(有不爲大盜守者乎)? 어째서(何以) 그러한 것을(其然) 아는가(知邪)?
昔者齊國鄰邑相望, 雞狗之音相聞,(석자제국린읍상망 계구지음상문) 罔罟之所布, 耒耨之所刺, 方二千餘里.(망고지소포 뇌누지소자 방이천여리) 闔四竟之內, 所以立宗廟社稷,(합사경지내 소이립종묘사직) 治邑·屋·州·閭·鄕曲者, 曷嘗不法聖人哉!(치읍옥주려향곡자 알상불법성인재) 然而田成子一旦殺齊君而盜其國.(연이전성자일단살제군이도기국) 所盜者豈獨其國邪? 並與其聖知之法而盜之.(소도자기독기국야 병여기성지지법이도지)
옛날(昔者) 제나라는(齊國) 이웃 마을이(鄰邑) 서로 바라보고(相望), 닭과 개소리가(雞狗之音) 서로 들리고(相聞), 그물이(罔罟之) 펼쳐지는 곳과(所布), 쟁기와 보습이(耒耨之) 찌르는 곳이(所刺), 사방(方) 2천 리에 달했다(二千餘里). 사방 국경 안을(四竟之內) 모두 통합하여(闔),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所以立宗廟社稷), 읍과 옥, 주, 려, 향곡을 다스린 것은(治邑·屋·州·閭·鄕曲者), 어찌(曷) 일찍이(嘗) 성인을 본받은 것이 아니겠는가(不法聖人哉)! 그렇지만(然而) 전성자가(田成子) 일단(一旦)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殺齊君而) 그 나라를 도둑질했으니(盜其國), 도둑질한 것이(所盜者) 어찌(豈) 오직(獨) 그 나라뿐이겠는가(其國邪)? 그 성과 지의 법도를(其聖知之法) 함께하여(並與而) 훔쳤다(盜之).
* 罔罟之所布 耒耨之所刺 : 罔罟는 鳥獸와 물고기를 잡는 그물, 耒耨는 쟁기와 보습이다. 罔罟之所布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는 곳, 즉 山林川澤을 뜻하며 耒耨之所刺는 쟁기와 보습이 찌르는 곳, 즉 경작하는 땅을 의미한다.
故田成子有乎盜賊之名, 而身處堯·舜之安,(고전성자유호도적지명 이신처요순지안) 小國不敢非, 大國不敢誅, 十二世有齊國.(소국불감비 대국불감주 십이세유제국) 則是不乃竊齊國, 並與其聖知之法, 以守其盜賊之身乎?(즉시불내절제국 병여기성지지법 이수기도적지신호)
그러므로(故) 전성자에게(田成子) 도적이란 이름이 있었지만(有乎盜賊之名, 而) 몸은(身) 요와 순의 편안함에 처했으니(處堯·舜之安), 작은 나라가(小國) 감히 비난하지 못하고(不敢非), 큰 나라가(大國) 감히 주벌하지 못하며(不敢誅), 12세 동안(十二世) 제나라를 가졌다(有齊國). 그러므로(則) 이것은(是) 제나라를 훔친 것일 뿐만 아니라(不乃竊齊國), 그 성과 지의 법도를 함께 훔쳐서(並與其聖知之法, 以) 그 도적의 몸을(其盜賊之身) 지킨 것이 아니겠는가(守乎)?
嘗試論之, 世俗之所謂至知者, 有不爲大盜積者乎?(상시론지 세속지소위지지자 유불위대도적자호) 所謂至聖者, 有不爲大盜守者乎? 何以知其然邪?(소위지성자 유불위대도수자호 하이지기연야)
시험삼아(嘗試) 논해 본다면(論之), 세속에서(世俗之) 이른바(所謂) 지극한 지혜란(至知者), 도적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것이 있는가(有不爲大盜積者乎)? 이른바(所謂) 지극한 성이란(至聖者), 큰 도적을 지켜준 것이 아닌 것이 있는가(有不爲大盜守者乎)? 어찌 그렇다는 것을 아는가(何以知其然邪)?
昔者龍逢斬, 比干剖, 萇弘胣, 子胥靡, 故四子之賢而身不免乎戮. 故盜跖之徒問於跖曰: "盜亦有道乎?" 跖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不備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옛날(昔者) 관룡봉이(龍逢) <걸왕에게> 죽임 당하고(斬), 비간이(比干) 가슴이 갈려 죽었으며(剖), 갈홍이 창자가 끊겨 죽었고(萇弘胣), 오자서가(子胥) 죽어 물속에서 썩었고(靡), 그러므로(故) 네 사람이(四子之) 현명한데도(賢而) 몸이(身) 죽음을 면하지 못했다(不免乎戮).
그러므로(故) 도척의 무리가(盜跖之徒) 도척에게 묻기를(問於跖曰): "도둑질에도(盜) 또한(亦) 도가 있습니까(有道乎)?"라고 했다.
도척이 말하길(跖曰): "어디를 가든(何適而) 도가 있지 않은 곳이 있는가(無有道邪)? 무릇(夫) 방 가운데 감춘 것을(室中之藏) 멀리서 보고 아는 것이(妄意), 성이고(聖也); 먼저 들어가는 것이(入先), 용이고(勇也); 나중에 나오는 것이(出後), 의다(義也); 될지 안될지 아는 것은(知可否), 지이고(知也); 나눔이 공평한 것은(分均), 인이다(仁也). 다섯 가지가(五者) 갖추어지지 않고서(不備而) 큰 도둑이 된 사람은(能成大盜者), 천하에(天下) 있지 않다(未之有也)."라고 했다.
* 夫妄意室中之藏: 妄意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도 알아맞힌다는 뜻으로 여기의 妄은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인 望과 통용하는 글자로, 《周易》의 无妄이 《史記》에 無望으로 인용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室中之藏은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다.
由是觀之, 善人不得聖人之道不立, 跖不得聖人之道不行;(유시관지 선인부득성인지도불립 척부득성인지도불행) 天下之善人少而不善人多, 則聖人之利天下也少而害天下也多.(천하지선인소이불선인다 즉성인지리천하야소이해천하야다)
이것으로(由是) 보면(觀之), 착한 사람이(善人)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不得聖人之道) 설 수 없지만(不立), 도척이(跖)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不得聖人之道) 행할 수 없고(不行); 천하의 선인은(天下之善人) 적고(少而) 불선인이 많으니(不善人多, 則) 성인이(聖人之)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利天下也) 적고(少而) 천하를 해치는 것은(害天下也) 많다(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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