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馬, 陸居則食草飮水, 喜則交頸相靡, 怒則分背相踶.(부마 육거즉식초음수 희즉교경상마 노즉분배상제) 馬知已此矣.(마지이차의) 夫加之以衡扼, 齊之以月題, 而馬知介倪·闉扼·鷙曼·詭銜·竊轡.(부가지이횡액 제지이월제 이마지개예인액지만궤함절비) 故馬之知而態至盜者, 伯樂之罪也.(고마지지이태지도자 백락지죄야)
무릇 말이란(夫馬), 땅에 살면서(陸居則) 풀을 먹고(食草) 물을 마시며(飮水), 기쁘면(喜則) 목을 맞대고(交頸) 서로 비비고(相靡), 화나면(怒則) 등을 나누고(서로 맞대지 않고)(分背) 서로 발길질한다(相踶). 말은(馬) 이것에서 그칠 줄(已此) 안다(知矣). 무릇(夫) 가로나무와 멍에를(以衡扼) 말에게 매달고(加之), 월제로(以月題) 가지런하게 정돈하도록 만들자(齊之, 而) 말이(馬) 끌채 끝을 부러뜨리고(介倪) 멍에를 구부려 망가뜨리고(闉扼) 사납게 떠받고(鷙曼) 재갈을 토해내고(詭銜) 고삐를 물어뜯을 줄(竊轡) 알게 되었다(知). 그러므로( 故) 말(馬之) 지혜로워(知而) 도둑질에 이르게 된 것은(態至盜者), 백락의 죄다(伯樂之罪也).
* 夫馬 陸居則食草飮水: 여기의 則은 〈逍遙遊〉편 ‘若是則已矣’ 의 ‘則’과 마찬가지로 ‘而’와 통용하는 글자로 보고 ‘則’을 ‘~하면서’의 뜻으로 번역해야 한다. 陸居는 평평한 땅을 서식처로 삼는다는 뜻이다.
* 怒則分背相踶: 分背相踶는 등을 돌리고 서로 말발굽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分은 나란히 맞대지 않는다는 뜻으로 分背는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 齊之以月題: 齊는 가지런히 정돈함, 月題는 말 이마 위의 두개골을 덮는 달 모양의 장식물로 청동으로 제작된 것이 많고 當顱라고도 한다[方勇‧陸永品]. 司馬彪와 崔譔은 모두 “月題는 말 이마 위의 두개골을 덮는 장식으로 달 모양과 같다[馬額上當顱 如月形者也].”라고 풀이했다.
* 介倪(올예): 倪는 輗의 가차자로 수레 끌채(孫詒讓)이고 介은 兀의 잘못으로 兀은 부러뜨리다[折)]의 뜻(馬叙倫)이다.
* 闉扼(인액): 멍에를 구부려서 망가뜨림. 李頤는 “闉은 구부림이다[闉 曲也].”라고 풀이했다.
* 馬之知而態(能)至盜者: 古逸書叢書本을 비롯 能자가 態자로 된 판본이 많고 郭象본이나 成玄英본도 모두 態로 되어 있지만 能이 옳다(馬叙倫).
夫赫胥氏之時, 民居不知所爲, 行不知所之, 含哺而熙, 鼓腹而遊, 民能以此矣.(부혁서씨지시 민거부지소위 행부지소지 함포이희 고복이유 민능이차의) 及至聖人, 屈折禮樂以匡天下之形, 縣跂仁義以慰天下之心, 而民乃始踶跂好知, 爭歸於利, 不可止也.(굴절예악이광천하지형 현지인의이위천하지심 이민내시제기호지 쟁귀어리 불가지야) 此亦聖人之過也.(차역성인지과야)
무릇(夫) 혁서씨의 시대에(赫胥氏之時), 백성이 살면서(民居) 할 일을 알지 못했고(不知所爲), 길을 가면서(行) 갈 곳을 알지 못하고(不知所之), 먹을 것을 물고(含哺而) 즐거워하며(熙), 배를 두드리고(鼓腹而) 노닐었으니(遊), 백성의 능력이(民能) 이 정도에서 그쳤다(以此矣). 성인에 이르러서(及至聖人), 예악을(禮樂) 꺾고 구부려(屈折以) 천하 사람들의 형을 바로잡으려 하고(匡天下之形), 인의를 내걸고(縣跂仁義以) 천하 사람의 마음을 달래서(慰天下之心, 而) 백성이(民) 이에(乃) 비로소(始) 발돋움하여(踶跂) 지혜를 좋아하고(好知), 이익에 다투고 돌아가(爭歸於利), 멈출 수 없었다(不可止也). 이것도 또한(此亦) 성인의 잘못이다(聖人之過也).
* 民能以此矣: 以는 已와 통용하며 止와 같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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