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獨不知至德之世乎?(자독부지지덕지세호) 昔者容成氏·大庭氏·伯皇氏·中央氏·栗陸氏·驪畜氏·軒轅氏·赫胥氏·尊盧氏·祝融氏·伏羲氏·神農氏,(석자용성씨대정씨백황씨중앙씨율륙씨여축씨헌원씨혁서씨존로씨축융씨복희씨신농씨) 當是時也, 民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樂其俗, 安其居, 鄰國相望, 雞狗之音相聞, 民至老死而不相往來.(당시시야 민결승이용지 감기식 미기복 락기속 안기거 인국상망 계구지음상문 민지노사이불상왕래) 若此之時, 則至治已.(약차지시 즉지치이)
그대는(子) 다만(獨) 지극한 덕의 세상을(至德之世) 알지 못하는가(不知乎)? 옛날(昔者) 용성씨, 대정씨, 백황씨, 중앙씨, 율륙씨, 여축씨, 헌원씨, 혁서씨, 존로씨, 축융씨, 복희씨, 신농씨가 있었는데(容成氏·大庭氏·伯皇氏·中央氏·栗陸氏·驪畜氏·軒轅氏·赫胥氏·尊盧氏·祝融氏·伏羲氏·神農氏), 이때를 맞이하여(當是時也), 백성들은(民) 새끼줄을 묶어서(結繩而) 썼고(用之), 그 먹는 것을 달게 여겼고(甘其食), 그 입는 것을 아름답게 여겼고(美其服), 그 풍속을 즐겁게 여겼고(樂其俗), 그 사는 곳을 편안히 여겼고(安其居), 이웃 나라가(鄰國) 서로 바라보면서(相望), 닭과 개소리가(雞狗之音) 서로 들렸지만(相聞), 백성이(民) 늙어 죽을 때까지(至老死而) 서로 왕래하지 않았다(不相往來). 이런 때와 같다면( 若此之時, 則) 잘 다스려진 것이다(至治已).
* 結繩(결승): 옛적에 글자가 없었던 시대(時代)에, 노끈으로 매듭을 맺어서 기억(記憶)의 편리(便利)를 꾀하고 또 서로 뜻을 통(通)하던 것.
今遂至使民延頸舉踵曰'某所有賢者', 贏糧而趣之, 則內棄其親而外去其主之事, 足跡接乎諸侯之境, 車軌結乎千里之外, 則是上好知之過也.
지금(今) 마침내(遂) 백성들로 하여금(使民) 목을 빼고(延頸) 발꿈치를 들고(舉踵) '어디에(某) 현자가 있는 곳인가(所有賢者)'라고 하고(曰), 식량을 짊어지고(贏糧而) 나아가게 함에(趣之) 이르렀으니(至, 則) 안으로(內) 그 어버이를 버리고(棄其親而) 밖으로(外) 그 군주의 일을 버리고(去其主之事), 발자취가(足跡) 제후의 경계에 접하고(接乎諸侯之境), 수레자국이(車軌) 천리 바깥으로 이어졌으니(結乎千里之外, 則) 이것은(是) 윗사람이(上) 지혜를 좋아한(好知之) 잘못이다(過也).
上誠好知而無道, 則天下大亂矣.(상성호지이무도 즉천하대란의)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야) 夫弓·弩·畢·弋·機變之知多, 則鳥亂於上矣;(대궁노필익기변지지다 즉조란어상의) 鉤餌·罔·罟罾笱之知多, 則魚亂於水矣;(구이망고증구지지다 즉어란어수의) 削格·羅落·罝罘之知多, 則獸亂於澤矣;(소격나락저부지지다 즉수란어택의) 知詐漸毒·頡滑堅白·解垢同異之變多, 則俗惑於辯矣.(지사점독힐골견백해후동이지변다 즉속혹어변의) 故天下每每大亂, 罪在於好知.(고천하매매대란 죄재어호지)
윗사람이(上) 진실로(誠) 지혜를 좋아해서(好知而) 도가 없으면(無道, 則) 천하가(天下) 크게 어지러워진다(大亂矣). 어찌(何以) 그것이 그렇다는 것을 아는가(知其然邪)? 무릇(夫) 활과 쇠뇌, 새 그물, 주살과 같은 때에 따라 변하는 도구의 지혜가(弓·弩·畢·弋·機變之知) 많아지면(多, 則) 새가(鳥) 하늘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亂於上矣); 미끼와 그물, 작고 큰 그물, 삼태그물과 통발의 지식이(鉤餌·罔·罟罾笱之知) 많아지면(多, 則) 물고기가(魚) 물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亂於水矣); 목책과 그물, 토끼와 짐승을 잡는 그물의 지식이(削格·羅落·罝罘之知) 많아지면(多, 則) 짐승이 늪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獸亂於澤矣); 속임수와(知詐漸毒) 말재주(頡滑), 견백론(堅白)의 말재주(解垢), 동이의 궤변이(同異之變) 많아지면(多, 則) 세속 사람들이(俗) 말재주에 미혹한다(惑於辯矣). 그러므로( 故) 천하가(天下) 어두워지고(每每) 크게 어지러운 것은(大亂), 죄가(罪) 지혜를 좋아하는 것에 있다(在於好知).
* 鉤餌(구이): 낚시에 단 미끼.
* 漸毒: 李頤는 漸毒을 “점차 스며드는 독은 모르는 사이에 깊이 중독된다[漸漬之毒 不覺深也].”라고 풀이했다.
* 頡滑(힐골): 매끄러운 말재주.
* 解垢: 궤변. 陸德明은 “속이고 왜곡하는 말[詭曲之辭].”로 풀이했다.
故天下皆知求其所不知而莫知求其所已知者, 皆知非其所不善而莫知非其所已善者, 是以大亂.
그러므로(故) 천하가(天下) 모두(皆) 그 알지 못하는 것을(其所不知) 구할 줄 알지만(知求而) 누구도(莫) 그 이미 아는 것을(其所已知) 구할 줄 모르는 것은(知求者), 모두(皆) 그 좋지 않은 것을(其所不善) 비난할 줄 알지만(知非而) 누구도(莫) 그 이미 좋다고 여긴 것을(其所已善者) 비난할 줄 알지 못하니(知非), 이 때문에(是以) 크게 혼란스러워진다(大亂).
故上悖日月之明, 下爍山川之精, 中墮四時之施, 惴耎之蟲, 肖翹之物, 莫不失其性. 甚矣夫好知之亂天下也! 自三代以下者是已. 舍夫種種之民而悅夫役役之佞, 釋夫恬淡無為而悅夫啍啍之意, 啍啍已亂天下矣.
그러므로(故) 위로는(上) 해와 달의 밝음에(日月之明) 어긋나고(悖), 아래로는(下) 산천의 정기를 태워버리고(爍山川之精), 중간에서(中) 사계절의 베풂을 떨어뜨려(墮四時之施),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와(惴耎之蟲), 날아다니는 벌레도(肖翹之物), 무엇도(莫) 그 성을 잃지 않는 것이 없다(不失其性). 심하구나(甚矣) 저(夫) 지식을 좋아하는 것이(好知之) 천하를 혼란스럽게 함이여(亂天下也)! 삼대로부터(自三代以下) 세상이(者) 이런 것이다(是已). 저 소박한 백성을(夫種種之民) 버리고(舍而) 저 곰상스러운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고(悅夫役役之佞), 저 편안하고 담백한(夫恬淡) 무위를 버리고(釋無為而) 저 어리석은 말재주를 좋아하고(悅夫啍啍之意), 말재주가(啍啍) 이미(已) 천하를 어지럽게 했다(亂天下矣).
* 啍啍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郭象은 啍啍을 “자기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모양[以己誨人之貌].”이라 했고, 司馬彪는 “하찮은 지혜를 부리는 모양[小智貌].”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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