且夫待鉤繩規矩而正者, 是削其性; 待繩約膠漆而固者, 是侵其德也; 屈折禮樂, 呴俞仁義, 以慰天下之心者, 此失其常然也.
또한(且) 저(夫) 갈고리와 먹줄(鉤繩) 그림쇠와 곱자를(規矩) 기다려(待而) 바르게 만들려는 사람은(正者), 이것은(是) 그 본성을 깎는 것이고(削其性); 노끈으로 묶고(繩約) 아교로 풀칠하는 것을 기다려(待膠漆而) 견고하게 만들려는 사람은(固者), 이것은(是) 그 덕을 해치는 것이고(侵其德也); 몸을 구부리고(屈折) 예악을 행하여(禮樂), 인의를 실천하고(呴俞仁義, 以)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天下之心) 위로하려는 사람은(慰者), 이것은(此) 그 늘 그러함을 잃는 것이다(失其常然也).
* 待鉤繩規矩而正者: 鉤(구)는 갈고리, 繩(승)은 먹줄로 직선을 그리는 데 쓰는 도구이고 規(규)와 矩(구)는 각각 그림쇠와 곱자를 말한다. 鉤繩規矩는 모두 목수가 쓰는 공구로 인위적인 기준을 세워서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해치는 도구를 빗댄 표현이다.
* 待繩約膠漆而固者: 繩約(승약)은 노끈으로 묶는 것, 膠漆(교칠)은 아교로 풀칠하여 붙이는 행위다.
* 呴兪仁義: 呴兪(구유)는 남의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리며 구차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巧言令色이나 阿諛苟容과 비슷한 의미로 뒤의 慰天下之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天下有常然. 常然者, 曲者不以鉤, 直者不以繩, 圓者不以規, 方者不以矩, 附離不以膠漆, 約束不以纆索.
천하에(天下) 늘 그러함이 있는데(有常然). 늘 그러한 것은(常然者), 굽은 것은(曲者) 갈고리고 한 것이 아니고(不以鉤), 곧은 것은(直者) 먹줄로 한 것이 아니고(不以繩), 둥근 것은(圓者) 그림쇠로 한 것이 아니고(不以規), 모난 것은(方者) 곱자로 한 것이 아니어서(不以矩), 붙어 있는 것은(附離) 아교와 옻칠로 한 것이 아니고(不以膠漆), 묶은 것은(約束) 노끈으로 한 것이 아니다(不以纆索).
故天下誘然皆生, 而不知其所以生; 同焉皆得, 而不知其所以得. 故古今不二, 不可虧也. 則仁義又奚連連如膠漆纆索, 而遊乎道德之間為哉? 使天下惑也!
그러므로(故) 천하 만물이(天下) 나와서(誘然) 모두 생겨났지만(皆生, 而) 그 생겨난 까닭을(其所以生) 알지 못하고(不知); 자기도 모르게(同焉) 모두 얻었지만(皆得, 而) 그 얻은 까닭을 모른다(不知其所以得). 그러므로(故) 고금이(古今) 둘이 아니어서(다르지 않아서)(不二), 어그러질 수 없다(不可虧也). 그렇다면(則) 인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또한(仁義又) 어찌(奚) 이어 붙여서(連連) 아교 칠하고 끈으로 묶은 것처럼 해서(如膠漆纆索, 而) 도덕의 사이에서 노니려고 하는가(遊乎道德之間為哉)?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使天下) 미혹하게 할 뿐이다(惑也)!
* 誘然皆生而不知其所以生: 誘然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다. 奚侗은 誘를 秀로 보고 出의 뜻으로[誘當作秀 秀 出也] 풀이했고, 馬其昶, 王念孫, 錢穆 등은 褎로 보고 進의 뜻으로 풀이했으며, 王叔岷은 《爾雅》와 《說文解字》를 인용하여 誘를 進의 뜻으로 풀이했다.
* 同焉皆得而不知其所以得: 同焉은 어리석은 모양으로 侗然과 같은데 여기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의 뜻이다.
* 連連은 기워 붙이는 모양으로 바로 이어져 있는 부분을 아교칠을 하고 노끈으로 묶은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 奚~爲’는 ‘어찌하여 ~하는가’의 뜻으로 유사한 표현인 ‘奚以~爲’, ‘何以~爲’ 또는 ‘何~爲’와 같은 형식의 구문은 장자에 여러 차례 나온다.
夫小惑易方, 大惑易性. 何以知其然邪? 自虞氏招仁義以撓天下也, 天下莫不奔命於仁義, 是非以仁義易其性與?
무릇(夫) 작은 미혹은(小惑) 방향을 쉽게 바꾸고(易方), 큰 미혹은(大惑) 본성을 쉽게 바꾼다(易性). 어찌(何以) 그러한 것을 아는가(知其然邪)? 우씨가(虞氏) 인의를 들어(招仁義以) 천하를 흔들고부터(自撓天下也), 천하에(天下) 누구도(莫) 달려가 인의에 목숨을 바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不奔命於仁義), 이것은(是) 인의로(以仁義) 그 본성을 쉽게 바꾼 것이(易其性) 아니겠는가(非與)?
* 自虞氏 招(교)仁義 以撓天下也: 虞氏는 舜을 지칭한다. 招는 ‘들다’는 뜻으로 招仁義는 인의를 들추어내서 슬로건으로 내세우다는 뜻.
* 天下 莫不奔命於仁義: 奔命은 명령에 달려가다는 뜻으로 ‘奔命於仁義’는 인의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莊子) 외편(外篇) 변무(應帝王) 8-1] 변무지지(駢拇枝指) / 인의는 아마 인간의 본성이 아닐 것이다 (0) | 2024.11.02 |
---|---|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5] 열자가 호자에게 어지러이 섞이는 것을 배우다 (0) | 2024.11.02 |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4] 유어무유(遊於無有) / 명왕의 다스림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노닌다 (0) | 2024.10.30 |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3] 천하가 다스려지는 것 (0) | 2024.10.30 |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7-2] 견오견광접여(肩吾見狂接輿) / 그대는 두 벌레의 지혜도 알지 못하는가? (0) | 2024.10.30 |